도화지

예언의 굴레를 벗어던지다

by 달그림자

​정해진 것은 없다.

내 마음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인생이라 했다.


​어렸을 때, "이 집안에 꼬인 것을 풀어 드릴 테니 실타래를 좀", "이 집안의 앞날을 밝혀 줄 테니 초를 좀 달라" 하던 소위 보살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나의 손금을 보더니 "칠성줄을 타고나서 이 집안의 업보와 업장을 풀게 될 것이며, 산 넘어 산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 말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좋지 않은 운명이라는 것으로 인식했다.


​결혼을 하고 삶이 갈수록 힘들어질 때마다 그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산 넘어 산이라더니..." 힘든 현실 속에서 그 예언이 맞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그 말이 운명이었을까?

​요즘 들어 양자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수록, 그것은 거짓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양자 물리학의 기본 개념인 '관찰자 효과'는, 미시 세계에서 우리가 어떤 입자를 관찰하는 순간 여러 가능성 중 하나가 현실로 결정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삶에 이 원리를 대입해 보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 보살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잠재된 의식 속에 '산 넘어 산'이라는 부정적인 미래를 스스로 선택하고 관찰하여, 내 인생이 그 예언대로 유도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부족할 것 없이 잘 자랐고 잘 컸는데, 고작 스치듯 들었던 말 한마디에 나의 의식이 닫히고, 결국 그 말대로 고단한 삶을 살게 되었단 말인가?


​뒤늦게 깨닫고 알게 되었지만, 이제라도 그것이 정해진 운명이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 희망이 생긴다.


나의 인생은 여러 가능성(양자 중첩)을 가진 '도화지'이며, 앞으로의 결말은 내가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방향으로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내 삶은 내가 그리는 대로, 그 미래가 주어질 것이다.


오늘의 한 줄 사색


​운명은 타인이 예언한 결정된 결말이 아니라, 나의 의식이라는 붓으로 매 순간 그려 나가는 새로운 도화지이다.

작가의 이전글넘치는 에너지, 최초의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