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명이 베트남 일정으로 5일간 함께 했다. 태권도 협회에서 원로 사범님들과 임원들이 함께하는 일정이었다. 후배의 입장에서 원로사범님들을 모시고 움직이는 일이지만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없었다. 어쩌다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게 되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먼저 나서서 해결하려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가끔은 얼굴을 붉히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 행동들이 그렇다.
생각과 습관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하려면 이해와 배려는 필수 항목인듯하다. 많게는 2~30세 차이가 나며 생활 습관도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모여 무사히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하나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안에 많은 배려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짧은 5일 동안 100명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다양한 삶을 만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순탄한 삶을 살아온 듯하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구 하나 순탄한 사람이 없구나 생각되었다.
암수술을 4번 받고 이제 다 괜찮다 생각했는데 뇌에 종양이 생겨 며칠뒤 수술을 예약한 사람도, 또 위암을 수술받고 8년 만에 다시 폐암수술을 받았다는 사람,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잘하고 있던 체육관을 접게 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며 고생했던 사람, 사업의 번창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결혼한 자식이 직장이 없어서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다양하게 겪은 이야기를 하지만 내용만 다를 뿐 대부분 겪은 내용들은 건강과 돈, 인간관계였다.
그리고 70대에 아직도 현역으로 일을 하고 있는 원로 사범님의 자랑 같은 말과 60대 사범님들은 그 선배들을 부러워하며 좀 더 길게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한 노력들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일을 갖고 있다는 것은 큰 활력이 되는 것 같다.
대체로 아직 현역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 원로 사범님들은 현재를 말하고, 현역에서 물러난 사범님들은 과거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역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은 상대를 배려하고 대접을 받기보다 양보를 하려 한다. 그러나 과거에 살고 있는 분들은 대접을 받으려 하고 자신을 우선시한다.
여러 선배님들과 함께하며 느끼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나의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짧은 일정이었지만 함께 한다는 것은 배려와 이해하는 마음이 꼭 필요로 함을 깊게 느꼈다.
이것은 가족 간에도 필히 적용되는 말이라 생각된다. 부모자식 간에도 부부간에도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가끔 불협화음으로 큰 소리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 굳이 싸우거나 큰 소리가 날 이유가 적어질 것이다.
5일이라는 짧은 일정 안에서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를 보았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 이해심이 넓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이해를 한다는 것과 배려를 한다는 것은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한 것이다.
그 작은 노력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란 생각을 해본다.
함께했던 시간이지만 절대 같을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낸다. 같은 장소에 있지만 다른 생각으로 다른 것을 보며 다르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잠깐이나마 그 사람을 생각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해하는 마음은 아마도 사람에게 있는 아름다움의 일부가 아닐까?
그렇게 노력하며 배려해 주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