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숙 Nov 17. 2024

미쎄스 미니북

엄마와 아들

제법 가을다운 날씨이다.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스칠 때마다 상쾌함이 묻어난다.


분주한 오후시간

건장한 30대 후반처럼 보이는 아들과 70대처럼 보이는 야리 엄마가 식당으로 들어오신다. 준비가 된 상을 마주 보고 있던 아들이 엄마 옆으로 이동을 하여 앉는다.

핸드폰을 들어 엄마의 자세를 고쳐가며 사진을 찍어 드린다.


그 모습을 보던 내가 "제가 찍어 드릴까요?" 하며 말을 건넸다.


그 아들은 조금 쑥스러운 듯 "엄마가 오늘 파마를 하셨거든요"하며 핸드폰을 내게 건네준다.


자세를 고쳐가며 모자의 모습을 3~4장 찍어드렸다.


엄마는 "아들 고마워"하며 웃으시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또 다른 테이블에 80대 어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50대 남자분이 자리를 잡는다.

다정한 눈빛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에서 함께 살지는 않는 것 같았다.


엄마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아들의 잔소리가 살짝 들린다. 고기한점이라도 더 드시게 하려는 아들의 마음과 걱정을 덜어주려는 엄마의 마음이 함께 눈에 들어온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산다는 것이 뭐 그리 꼭 거창해야 하는가 싶다. 서로를 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은 것이라도 그날그날의 행복을 만들며 살아가는 것이  사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미래만을 바라보며 지금 내 곁에 함께하고 있는 가족에게 소홀하며 보냈던 시간 속에서 얻은 것보다 후회가 더 깊었던 이유는 그 순간을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느새 어렸던 자식들은 다 커서 내 품에서 벗어나고 시름하나에 주름이 늘었던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안 계신다.


지금이라는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면서 미래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어리석음을 다시 반복하려 하는 나의 마음에 브레이크를 잡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며 그저 행복함에 젖는다.

감사함으로...



작가의 이전글 "인내를 대신할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