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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숙 Sep 16. 2023

사소한 것에서 느껴지는 감정

바람이  주는 행복

조용한 아침 숨소리가 거칠어질 만큼 땀을 흘리며 언니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더운 탓에 이른 아침을 선택해서 집 근처 야산을 오르기로 했는데 왠지 바람도 없고 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사람들의 모습들도 간간이 보인다. 얼마 전 맨발로 걷는 것에 대해 TV에 나왔다고 하더니 종종 맨발로 걷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땀을 흘리며 한 발씩 내딛다가도 앉아서 쉴 곳을 찾게 만드는 날씨이다. 언니와 나는 좀 더 깊이 들어가 나무 그늘에 다 달아 앉을 곳을 찾아 잠시 쉬기로 했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나뭇잎의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불어왔다.

순간 반가움에 "아~시원하다."라는 말로 반겨주게 된다.

나무그늘이 가져다주는 청량감과 조심스레 불어오는 바람의 시원함은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그리고 흙냄새와 풀냄새, 새소리는 우리를 친구로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그런 이유로 언니와 나의 수다는 한참 더 늘어났다. 지난날을 회상하며, 집안 얘기며 아이들의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인기척도 드물고 한적한 곳에서의 이 아침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행복을 놓칠까 우리는 부랴부랴 주워 담았다. 나무의 웅장함과 잘 어우러진 바위의 모습을 하나의 화폭으로 담기 위한 사진도 찍고, 이름 모를 버섯과 풀들을 보며 관찰자라도 된 듯 우리는 보는 것을 즐겼다.


어느새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를 내며 집으로 가기를 재촉한다. 다시 더위를 뚫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식었던 땀이 다시 나고 끈적임으로 더위와 실랑이를 하며 언니네 집으로 향했다. 덥고 배고픈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지쳐있었다.


움직임이 둔해지니 꼼짝하기 싫었다. 시원한 물 한 모금과 에어컨 바람으로 지친 것을 달래고 난 후 아침 겸 점심으로  언니가 만들어준 비빔국수를 먹고 시원한 방바닥에 누우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날마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덥고 배고픔이 해결되니 최상의 컨디션을 찾게 되었다. 이렇듯 부족함을 채운다는 것은 작아도 행복을 느끼게 한다. 이런 행복을 혼자가 아닌 함께 느낄 수 있으니 그 행복함이 배가 되는 듯하다.


사소한 것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참으로 많다. 출근길이 막혀서 지각할 줄 알았는데 시간 안에 도착을 했을 때는 작은 희열을 느낀다. 치사해서 말하기 싫었는데 알아서 챙겨주니 고맙고, 혼자라서 살짝 지루하려 할 때 반가운 전화로 금방 화색이 돌기도 한다.


작은 화분에서 죽을 것만 같았던 미스김 라일락이 다시 살아난 것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예쁜 그림하나가 가라앉던 기분을 순간 살려 주기도 한다. 부족한 돈으로 걱정을 하다가도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면 순간 웃음으로 걱정을 잊기도 한다. 지저분하게 버려진 쓰레기 더미를 보게 되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 지나면서 시끄럽게 거친 말로 통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면 인상을 쓰게 된다. 이렇게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모두 나의 감정을 휘두르고 있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사소한 일들로 나의 감정을 소모하기도 하고, 충전하기도 하는 데 이왕이면 나의 감정을 충전시키는 쪽으로 의도하려 한다.


최근 들어 좋은 생각을 하다 보면 내 눈에 좋은 것들이 더 많이 들어오게 되고, 기분이 가라앉으면 짜증 나게 하는 일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유난히도 느끼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순간의 모든 시간들이 결국은 나의 인생인데 사소한 일들 속에 느껴지는 모든 감정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꼴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기분 좋은 쪽으로 나의 길을 갈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우연히 보게 된 [1700년 동안 숨겨진 절대 기도의 비밀]에서는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 감정과 생각이 에너지 장을 통해서 관계와 일과 건강의 형태로 드러난다."

"감정이 기도이고 우리가 항상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우리는 항상 기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좋은 생각으로 좋은 감정을 갖게 만들고 그것이 늘 기도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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