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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숙 Sep 16. 2023

우연히

만남

일이 끝났다. 여느 때보다 조금 일찍 끝난 날은 뭔가를 더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즐겁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유난히도 많은 생각들이 밀고 들어오는 날이다. 내친김에 차를 세워두고 걷고 싶어졌다. 발길 닿는 데로 가보자는 마음으로 운동화 끈을 조이고 한 걸음씩 내디뎠다.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나?  이쪽으로는 올 일이 없었기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것도 몰랐구나'


오래된 나무들로 새로 만들어진 곳은 아닌데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니 왠지 한참 손해를 본 기분이다. 산책로 양쪽으로 쭉 뻗은 나무는 서로 손을 맞잡은 듯 그늘을 만들어주고 비가 와도 빗물을 막아 줄 것 같다.


우연히 발견된 산책로가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바꾸어 놓은 듯한 새로움으로 설레게 했다. 앉아서 쉴 수도 있다.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기대고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싶을 때,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걷고 싶어지는 길을 만났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늘 하던 대로 하면 다른 것은 알 수없다. 안 해본 일을 하며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으로 작은 기쁨을 느끼게 되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일까 싶다.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말로 다른 식사를 하며,  나의 뇌를 자극하면 그것이 한동안 좋은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게 된다.


새롭게 생동감과 활력을 얻고, 그것이 내 삶을 이어가는데 좋은 연료가 되어 준다.


오늘 우연히 만난 이 길은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해도 좋을 만큼 내게 특별한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멀지 않은 곳에 나의 휴식처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여유롭고 넓어지는 기분이다.


눈을 돌려보면 이렇게 세상은 내게 선물을 주고 있다. 이 길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을 텐데 모르는 그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줄을 선 나무들이 이토록 뽐내고 있음이 새삼 더 멋지게 느껴지고, 그것과 어우러진 새들과 풀벌레소리는 귀까지 즐겁게 해 준다.


잠깐의 여유로운 시간을 이토록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 주다니, 난 오늘 최고의 선물을 받고 돌아와 그 여운으로 즐겁게 저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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