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맛보는 순간
벌써 5시?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 딸의 도시락을 준비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눈을 뜨기가 힘들다. 몸은 일어났는데 눈이 안 떠진다. 요즘은 주차 문제로 여느 때 보다 1시간을 일찍 출근한다. 그동안 주차를 잘했는데 환경이 바뀌다 보니 자리다툼을 해야 한다. 회사 가까이 자리를 잡기가 참 힘들다. 늘 서두르는데 눈독 들이는 자리를 놓치고 다른 곳에 주차를 시키면 10분을 걸어야 한다. 아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실랑이를 하겠지? 일찍 도착해서 차에 앉아 영어를 공부한다. 낮에 하는 것보다는 머릿속에 더 잘 들어가는 것 같다. '이것도 나쁘지만은 않아.' 일찍 일어나는 것이 조금 힘들지만 또 다른 기분이다.
한 가지를 더 할 수 있게 된 아침 이 시간이 참 좋다. 출근만 아니라면 집 근처 야산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막상 쉬는 날에는 늦잠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몸도 쉬고 머리도 쉬게 한다는 이유로 참 많이 게을러진다. 그런데 어떤 때는 이렇게 쉬는 것이 더 피곤하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늦잠과 낮잠에 종일 잠으로 시간을 보내니 밤에는 늦게 잠자리에 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규칙적인 생활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
오늘은 경기도지사기 태권도 시합이 시작되는 날로 개회식 참석 준비를 하고 출발을 했다. 가평까지 3시간을 운전해서 여유 있게 도착을 했다. 요즘 일찍 일어나는 습관 덕에 4시간 전에 출발을 하다 보니 1시간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순간이다. 참으로 귀하게 느껴지는 이 1시간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주변 경치 좋은 곳에 주차를 시키고 잠시 산책을 해본다. 이 자연의 냄새가 참 좋다. 불어오는 바람에 흙냄새와 나무 냄새가 코를 즐겁게 한다.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여유가 나를 즐겁게 한다. 자연은 늘 쉬지 않고 새로운 탄생을 만든다. 어린잎을 품은 나뭇가지를 보며 땅에서의 새로운 생명들을 보며 그 작고 예쁜 모습에 눈을 못땐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그늘을 만들어준 나무들이 시원한 바람까지 실어다 주니 기분이 더 좋아진다.
모든 순간들이 같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태권도의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는 것도 나를 즐겁게 해 준다. 오늘이라는 이 시간이 하루종일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정말 참 많이 감사하다.
당연하지 않은데 당연하게 생각을 하는 것에서 불만과 불평으로 서운하고 속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따지고 보면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은 당연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모든 것을 당연한 줄 알았던 나는 감사함도 모르고 약간의 교만함으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며 살았던 것 같다. 건강을 잃어보고 나니 건강한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았고, 부모님의 그 크고 넓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나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나와 남편은 우리 아이들에게 그와 같이 하지 못하면서 그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풍족함으로 부족함을 모르고 살았던 나는 당연한 줄 알았으나 빚으로 허덕이면서 그것 역시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신이 선물을 고통의 보자기에 싸서 준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나에게 감사함을 알게 하는 선물을 주려고 지난 시간을 겪게 했다면 난 충분한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모든 것이 감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