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라는 대답

나를 왜 사랑하니

by 요크셔티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종종 '그냥'이라고 답하게 된다. '그냥'은 아무 이유 없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절대적인 인과요인이 없음을 가리킬 뿐이다.


절대적 인과요인의 부재는 중요하다. 만약 A라는 인과요인이 존재한다면, 그러니까 A 때문에 홍길동을 좋아한다면 그건 A를 좋아하는 것일 뿐이다. 홍길동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A가 없는 홍길동은 좋아하지 않는다면, 사랑이라 부르기엔 왠지 꺼림칙해진다.


그러니 이 '그냥'은 부분보단 전체에 관한 진술일 테고 더불어 대상의 어떤 변화할 여지까지도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준비해 놓는 셈이다. 존재의 '무엇'에 관해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 관한 것.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인격체에 대한 역동성을 '그냥'이란 단조로운 답이 자신도 모르는 새 너그러이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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