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거지방과 호텔 라운지
혹시 거지방이란 걸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다소 자극적이기도 한 이 단어는 ‘거지임을 자처하는’ 이들이 모여 각자의 지출 내역을 공개하면서 서로 지적하는 대화들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5천 원짜리 프랜차이즈 커피를 마셨다”라고 하면 회사 탕비실의 인스턴트커피를 마셔라라고 조언하는 방식이다.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력이 충분하지 않은 젊은 세대의 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 잘 반영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또 다른 소비가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포시즌즈, 신라호텔 등 고급호텔에서 판매하는 10만 원대 빙수를 먹기 위해 한 시간씩 대기한다.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 예약을 위해 수강신청에 버금가도록 치열하게 예약을 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디올, 구찌 등 명품 브랜드 역시 요식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소비가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불황이고 일자리는 없다더니 아닌가?
경기가 불황인건 사실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경기가 불황일수록 명품 등 고가의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대당 가격이 수억원인 초고가 차량은 오히려 늘어났으며,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학적 용어로는 이를 ‘베블런 효과’라고 부른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서 나온 단어로, 가격이 오르는데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기업들의 한정판, 리미티드 같은 수식어를 붙여 소비자의 과시욕을 자극하는 것은 베블런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 수단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김밥 먹고 용돈 모아 호캉스를 가는 세대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로 불리는 MZ세대는 소비 중심에서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옷, 음식, 주거까지 모든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른바 ‘K자형 소비 양극화이다. 초고가와 초저가 소비는 늘어나지만, 품질 좋은 가성비 제품, 중간 제품 판매는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도드라지는 곳은 외식업이다. SNS 활동이 활발한 MZ 세대 사이에서 특별한 경험을 소비하고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는 플렉스 문화 덕분에 고급 레스토랑, 파인다이닝, 호텔은 MZ 세대로 붐빈다.
더불어 고공행진은 편의점 먹거리이다. 아직 소비력이 안정되고 크지 않은 MZ 세대가 한 번의 경험을 위해 평소에는 편의점 음식 등으로 자금을 절약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편의점은 단순한 편의점을 넘어 더 저렴하고 더 고급진 이미지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케팅 트렌드 역시 변하고 있다. MZ세대의 관심이 곧 매출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품질, 가격, 브랜드 등을 따졌다면 이제는 경험을 중시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본인의 경험을 중시하고 이를 기록하는 문화가 소비 트렌드를 넘어서 기업의 경영 전략까지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기업은 어떤 자세로 나가야 할 지게 중점이다.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이러한 시장에서 어떤 타깃에게 어떻게 접근하여 어떤 마케팅 전략을 펼칠지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