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푸른 꽃게
꽂게 요리를 좋아하는가? 작가는 꽃게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라면에 넣어 먹으면 그 만한 음식도 없다. 작가 주변에도 간장게장 등 꽃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좋아하는 꽃게 때문에 비상이 걸린 나라가 하나 있으니, 바로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최근 정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푸른 꽃게 퇴치를 위해 290만 유로, 한국 돈 약 42억의 예산을 배정하기까지 했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꽃게를 왜 퇴치하려는 거야?
대서양 서부에 주로 서식하는 ‘푸른 꽃게’는 몇 년 전부터 이탈리아 석호를 비롯한 지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몸무게는 최대 1kg에 달하며 먹성이 엄청나며 날카로운 집게로 조개껍데기를 뜯어내는 데 익숙하다. 이 푸른 꽃게가 지금 조개, 홍합 굴 등 이탈리아 양식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으며 나아가 도미 등을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유럽 최대의 조개 생산국인데 이 지위가 위협받는 것이다.
개체수가 폭발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수온 상승이다. 시에나 대학 해양생물학자 엔리카프란치는 “이 푸른 꽃게는 수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잘 살지 못하는데, 1년 내내 이상적인 수온이 유지되는 곳을 찾은 것 같다”라고 설명한다.
그럼 먹으면 되지 않나?
꽃게를 좋아하는 한국인 입장에선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 맛있는 꽃게를 왜 버리지? 먹으면 되는데’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푸른 꽃게는 독성이 있지도 않고 사실 우리가 자주 먹는 동아시아 꽃게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어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가 푸른 꽃게를 안 먹고 폐사시키는 이유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꽃게는 낯선 재료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차라리 이 꽃게를 레시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 원래 이탈리아는 조개를 넣은 봉골레 같이 어패류를 활용하는 전통 요리가 많은데 이 레시피에 들어가는 어패류 대신 꽃게를 넣자는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농업단체 콜디레티는 꽃게를 이용한 샐러드와 파스타를 개발해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레시피가 이탈리아 전통 요리를 망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라 꽃게 요리가 이탈리아에 적용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옆 나라 튀니지를 보라
튀니지 역시 2014년 똑같은 문제를 겪었다. 푸른 꽃게의 개체수가 급증함에 따라 생태계 및 산업이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하지만 튀니지는 2017년부터 이를 상품화해 중국, 한국 등 꽃게 수요가 높은 국가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해외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신규 일자리도 창출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었다.
이탈리아는 자국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높기로 소문난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문화를 중요시하고 이를 지키려는 이탈리아인들의 마음 역시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하지만 자연이 바뀌고 이에 따라 새로운 환경이 형성됨에 따라 조리법 역시 바뀔 필요가 있다. 전통을 고수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현재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