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의대 열풍
대한민국만큼 학벌을 중요시하는 나라는 많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라는 소리를 많이 들으면서 자라왔다. 그리고 좋은 학벌의 중심에서는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스카이 (SKY -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있다. 작가 역시 어린 시절 스카이를 목표로 공부했다. 스카이에 가면 좋은 직장에 입사할 수 있고 안정적이고 풍족한 월급을 받으며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작년 스카이 입학생 중 2천 명이 스스로 학교를 자퇴했다고 한다.
9월 종로학원이 대학정보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스카이 재학생의 중도 이탈 (자퇴, 미등록, 미복학, 제적 등) 자는 2019년 1339명에서 증가하여 2022년에는 1971명으로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발표했다. 세 대학 전체 인원의 2.8%에 달하는 인원이 스스로 학교를 나간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자퇴라는 방향으로 이끌었을까?
이탈한 학생의 대부분은 의대 도전을 위해 반수 재수를 많이 한다고 한다.
학원가에서는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입시 준비반이 있을 정도로 의대 열풍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보다 의대가 더 각광받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스카이보다 지방 의대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전문직을 선호하는 현상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높은 소득을 받으며 정년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대기업, 공무원 등을 선택하던 학생들이 더욱 의대에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과연 미래에도 인기 있는 직업이 될 것인가?
미국 최고의 심장병 전문가인 에릭 토폴은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라는 책에서 이렇게 예견한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의료지식의 독점성이 사라지면서 의사의 절대 권위가 급속히 붕괴된다는 것이다. 의사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우리가 의학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의사를 찾아가는 것 아닌가? 하지만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발전을 통해 의학지식이 의사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보편 지식으로 바뀌게 되면 과연 지금과 같은 의사의 권위가 유지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의료계라는 좁은 영역에 한정되어 있던 울타리 역시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다. 의료에 공학적인 요소가 많아지면서 의학대학뿐만 아니라 기계공학, 전자공학 분야에서도 의료기기, 서비스 개발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의사만이 할 수 있던 의료 행위를 기계가 할 수 있는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숭고하다.
의사라는 직업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숭고한 직업이다. 하지만 작가는 개인적으로 의사라는 직업이 너무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돈이 되는 성형외과, 피부과 등으로 의대생들이 쏠리는 현상이 단도직입적으로 이를 증명한다. 물론 경제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가 단지 경제적 보상과 직업의 안정성이라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미래의 개인과 사회가 과연 안정적이게 될까? 다양성이 사라진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