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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간 강아지

#8 마지막 여행을 떠난 폴리

by 빵집 일기


오랜만에 한국에서 보낸 겨울은 춥지 않았다.

폴리와 함께 보냈던 오래 전 그 겨울도 자주 생각이 났다.

그때는 아주 어린 새끼강아지였는데.. 지금도 여전히 내 품에선 작고 어린 강아지 폴리다..

지금은 약하고 여린 숨이지만 여전히 내겐 강한 위로의 존재.

어느날 Sang은 동물병원에 다녀오더니 나를 불러 말했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나는 담담히 받아들였다. 폴리를 위해 슬퍼하지 말고 작별을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 날 폴리와 Sang은 하루 종일 붙어 있었다. 그는 폴리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얘기했는데,

폴리도 가끔은 반응을 보이는 듯 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 둘이 하는대로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밤을 지새고 아침이 되자 멈추지 않는 통증에 폴리는 계속 몸을 떨었다.

시간이 다 되었나보다.. 이제 병원으로 가야한다..


병원 원장님은 나를 보았다. 그리고, 폴리에게 주사를 처치했다. 그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폴리의 숨소리가 멈추었다. 나는 진료대에 고개를 쳐박고 울었다. 소리도 내지 못한 체 눈물만

뚝뚝 떨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Sang이 보이질 않는다. 그를 찾으러 진료실 뒷문을 여니 그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하염없이 들썩이는 뒷모습에 나는 다가서 말을 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조용히 문을 닫고 들어왔다. 폴리의 작고 보드라운 발을 잡고 나는 거기서 그렇게 앉아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존재를 잃어버린 상실은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뿌리깊은 습관처럼

내 삶에 남아있는 폴리의 잔재를 지우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허무한 시간들을 흘려보내며 천천히

나는 깨달은 것이 있었다. 폴리가 내 인생에 주고 간 선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지, 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와 가족이라는 감정은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를.


나는 안녕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인생에서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끝이 나는 것도 없다.

행복한 기억이란 불타 버린 집의 물건들 처럼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니다. 늘 곁에 존재하는 것이다.

기억하는 동안 그리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날 내 인생에 불쑥 찾아와 아름다운 시절을 함께 해 준 폴리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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