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리에 간 강아지

#6 가을의 성, 영원한 기억

by 빵집 일기





투르는 파리에서 승용차로 왕복 네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주말에 다녀오기 좋은 곳이었다.

투르 주변에는 여러 성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크고 아름다운 건 샤또 샹보르였다.

<가을의 성>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계절에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낙엽은 온통 붉게 물들어 있고

대지를 감싼 공기는 신선했다. 모든 것은 선명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성을 둘러싼 숲은 울창했고

성벽 주변엔 계절이 만든 추억처럼 마른 잎들이 폭신하게 쌓이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바스락 소리는 우리의 추억을 더욱더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성곽을 한 바퀴 돌고 작은 숲을 지나 나는 어느 나무 아래 앉아 있었다. 정면으로 샹보르 성의

우아한 몸채가 보였는데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때 멀리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폴리가 보였다.

낙엽들이 미끄러웠는지 한두 번 넘어지기도 하면서 힘차게 달여왔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그 모습은 내 맘속에서 되풀이되었다. 영원한 기억. 이 순간은 내개 영원한 시간으로 남을 것 같았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동물도 분명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그걸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다만

사람들이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래 걸린다는 것을.


동물이 가진 직감은 특별하다. 내가 힘든 일로 기분이 처져 있거나 몸살로 침대에서 꼼짝도

못할 때면 폴리는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항상 내 반경을 유지하며 눈치를 살피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 반려견과 살아 본 사람이라면 이런 감정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그저 반려견을 돌보아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지만, 그건 동질감으로 바뀌고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 존재가 된다는 경험을. 친구가 주는 충만한 감정으로 파리의 겨울은 그렇게

따뜻하게 지나고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파리에 간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