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월든 호수에서 만난 친구
#그대에게 가는 먼 길_ 신은 길을 보여 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삶이 우리를 우회로로 데려가고, 그 우회로가 뜻밖의 선물과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안겨 준다. 먼 길을 돌아 ‘곧바로’ 목적지로 가는 것, 그것이 여행의 신비이고 삶의 이야기이다. p.83
나는 태생적으로 계획성이 부족하고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성향이다.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분석하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머리보다 몸으로 때우는 일이 꽤 많은 편이다. 이것은 나의 약점이자 때론 기가 막힌 장점일 때도 있었다.
쉽게 고쳐지지 않는 단점 이긴 해도, 문제가 생기면 역시 털어버리려고 애쓰기 때문에 그것이 결과적으로 스스로 괴롭히지 않는 일이었다. 길을 잘못 들어섰으면 다시 돌아가면 된다. 이 길이 아니면 또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인연이 또 필연일 수도 있다. 이 글은 자랑하고 싶지 않은 내 성향을 대변해 주는 것처럼 읽혀서 무척 반가웠다.
저자는 전 세계인의 명 고전인 『월든』의 배경이 되었던 월든 호수에 가기 위해 콩코드로 향했다. 콩코드는 자연주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2년 동안 숲 속 생활을 실천한 월든 호수가 위치한 곳이다. 소로는 이곳 월든 호수에서 보내면서 자연의 삶을 글로 옮겨 『월든』을 탄생시켰다.
저자가 보스턴 역에 내려 주위 사람의 안내에 따라 콩코드에 도착했으나, 출발한 곳에서 불과 30분 거리라고 알고 있던 『월든』의 진짜 콩코드가 아니었다. 북쪽으로 세 시간이나 멀리 떨어진 같은 이름의 뉴햄프셔의 콩코드로 가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게 되었다.
결국 왕복 6시간 이상을 걸려 도착한 월든 호수는 인적이 끊기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눈 덮인 호수를 돌기 위해 걸음을 옮기다 어느 백인 노인과 마주쳤다. 그 노인은 소로의 책을 읽고 40년 전에 콩코드로 이사와 소로의 삶과 같은 자연주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와 인사를 교환하고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또 그의 안내로 소로가 머물던 복원된 오두막과 무덤, 소로의 스승 에머슨의 생가도 방문하게 된다. 그렇게 며칠 동안 머물며 함께 월든 호수를 산책하면서, 나이를 뛰어넘어 서로 깊이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인생의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이다. 만약 콩코드로 가는 길을, 세 시간 걸려 잘못 찾아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돌아서 콩코드에 도착한 시간이 아니었다면,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인 그를 만나는 행운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많은 길을 불필요하게 돌아갈 때도 있지만 그 길이 제대로 가는 길일 수도 있다. 헤매는 것 같아도 목적지에 도달해서 보면 그 길이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소로의 『월든』의 감동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게 깊은 울림과 반가움을 안겨주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