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마음 이야기
#마음은 이야기 꾼_마음 챙김
나를 번뇌에 빠뜨리고, 앞당겨 걱정해서 지금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게 하며,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조건과 형상을 부여해 강력한 힘을 갖게 하는 ‘마음이 지어내는 이야기’이다. p117’
저자가 북인도의 한 도시에 머무르고 있을 때라고 한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의 아들이 천연두에 걸렸다는 연락을 받고 문병을 하게 되었다.
천연두는 사망률이 매우 높은 법정 전염병으로 심한 고열과 오한,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심할 때는 복통과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또 전염성이 강해서 밀폐된 공간에서는 공기로도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스무 살이 갓 넘은 환자는 고열이 심했고 온몸에 발진이 가득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곳의 풍습대로 신에게 기도 올리고 민간요법에만 의지하고 있었다.
환자를 방문한 저자는 환자가 누워있는 작고 밀폐된 방에서 손과 이마를 만지고 30분이나 머물다 온 것이다. 하지만 환자와 직접 접촉이 있었기 때문에 천연두에 걸렸을 가능이 높았다.
이때까지 천연두가 전염성이 강한 심각한 질병이라는 것을 몰랐던 저자는 다녀오고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또 마침 이튿날부터 천연두와 비슷한 증세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머릿속에 온갖 상상으로 복잡해진 저자는 마음속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진짜 천연두에 걸려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격리되지 않을까. 우리나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인도에 오게 된 걸 후회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이 죽어서 갠지스 강가 화장터에 옮겨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초연하게 죽음을 맞자며 되뇌기까지 했다.
자신이 천연두에 걸렸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하고 상상 속에 마음의 이야기를 꼬리를 물고 써 내려간다. 결론은, 다행히 환자의 병은 천연두가 아니라 수두였으며, 저자는 사소한 부스럼이나 땀띠에 불과했다.
저자의 말대로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소설처럼 쓰는 마음속 이야기는 온몸을 지배할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
지난해 몸이 안 좋았을 때 그런 경험을 했다. 원인을 알 수 없이 시름시름 앓게 되니까 혹시 큰 병이 걸린 건 아닌 지하는 마음은 이야기를 소설처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마음이 쓴 이야기는 몸을 더 시름 거리게 했다.
6개월쯤 지나 답답해서 찾아간 스님의 말씀은 간단했다. 마음속에 있는 집착을 찾아 내려놓으라고 하셨다. 끝없이 이어지던 소란스러운 마음의 이야기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기로 했다. 차츰 꾀병같이 나아지고 있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떨쳐내게 한 것은 스님의 한 마디가 처방전이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마음의 하인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기쁨이고 행복이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