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공감은 작지만 큰 배려
#우리는 다 같다_공감과 연민
“누구나 한 번쯤은 횡재를 하고 싶지 않겠어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잖아요.” p122
배우 김혜자 님이 저자와 함께 네팔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김혜자 님이 카트만두 외곽의 길을 가다가 노점상을 하고 있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걸음을 멈춘 김혜자 님은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는 여인의 손을 잡고 같이 울고 있는 것이다. 여인은 팔고 있는 싸구려 장신구 위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국적과 언어가 다른 두 여인은 말을 나눈 것도 아니었다. 단지 슬픔에 잠긴 그녀에게 다가가 공감하고 싶었을 뿐이다. 잠시 후, 네팔 여인은 김혜자 님을 보더니 이내 밝은 미소로 바뀌었다.
손을 잡고 함께 아파하며 위로했던 그 힘으로 그녀는 잠시나마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다. 그때 김혜자 님은 팔찌 하나를 고르고 노점상 여인에게 300달러를 쥐여 주었다고 한다. 그 여인에게는 그 돈이 생각지 못한 큰돈이었다.
김혜자 님은 그 무렵 본인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타인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함으로써 그녀도 자신의 아픔을 치유해 나갔다.
“그 여자와 나는 아무 차이가 없어요. 그녀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원하고 작은 기적들을 원하고 위안 받기를 원하잖아요. 우리는 다 같아요.”
김혜자 님은 그녀에게 기적 같은 위안을 안겨주고 싶었던 것이다. 김혜자 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다. 타인과 공감하려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는 분이다. 나라면 울고 있는 그 여인을 보았더라도 울고 있다고 생각만 할 뿐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했다. 아주 어릴 때 살던 고향 집은 옆 마을이 통하는 길 옆에 있었다. 동네 행여가 지날 때는 꼭 우리 집 앞길을 거처서 갔다.
저만치서 상여소리가 들리면 엄마는 하던 일을 멈추고 구경꾼들 사이에 서서 연신 눈물을 훔치셨다. 그때는 남의 일로 왜 그렇게 슬프게 울까 하고 우리 엄마가 그냥 울보라고 생각했다.
호되게 시집살이 시킨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절대 울지 않을 거 같아도 더 서럽게 눈물이 난다고 한다. 그것은 시어머니 돌아가신 슬픔보다 자기 설움이 복받쳐서 눈물이 난다고 한다.
아마도 내 엄마도 그러셨을 거 같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온갖 고생을 다 하셨다. 상여가 지나갈 때마다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서러움을 토해내고 스스로 위로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강산이 수십 번 변해도 엄마의 그때 모습이 아련하고도 선명하게 잊히지 않는다.
물론 조금 다르지만 김혜자 님은 여인의 눈물을 감싸안으며 자기 자신도 위로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