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23. 윤 회

by 마리혜

#얼굴 속 얼굴_ 어머니 명상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 지금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혹은 가난과 억압으로 고통받는 사람, 지구촌 어느 분쟁 지역에서 불안하게 생계를 이어가는 난민들이 한때 나의 어머니였고 내가 그분이 지어 준 밥을 먹었다고 생각하다면 우리의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릴 것이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사람도 한때 나의 어머니였다고 여기면 자애로운 미소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p127.


‘어머니 명상’은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인연으로 이어져있다고 보기 때문에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자비와 감사의 마음을 기르는 수행법이다. 친절과 공감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 생명체를 대하라는 의미이다.


사회 운동가이며 생태철학자인 조애나 메이시가 북인도 히말라야 기슭의 달하우지에 있는 티베트 난민촌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녀는 가난한 난민들의 복지와 경제 회복을 위해 일하고 있으면서 티베트인들로부터 윤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모기는 전생에 너의 어머니였을지도 모른다. 이 벌레, 혹은 이 닭도 너의 어머니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생명들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


불교에서는 이처럼 모든 존재는 수없이 많은 생을 윤회 반복한다고 믿고 있다. 어느 날 조애나는 한 티베트 승려로부터, 어떤 생명체든 어느 전생에서 그녀의 어머니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생의 어머니로 인식하고 사람에 대한 연민심을 키우는 법을 듣는다.


그녀로선 설득력이 약하긴 했지만 왠지 가슴에 와닿는 수행법이었다. 그러나 전생의 삶을 믿지 않는 그녀는 실천하기 어려운 방법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구불거리는 산길을 내려오다 거대한 통나무를 짊어지고 힘겹게 오르는 한 남자와 마주쳤다. 그때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돌담에 목재 끝을 걸친 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문득 조애나는 그 남자가 한때 자신의 어머니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주름진 남자의 얼굴 속에 그녀의 어머니였던 얼굴을 발견한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기쁨과 고통이 함께 밀려왔다. 그녀는 남자의 짐을 나눠서 지고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다.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 한 인간으로,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남자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조애나는 한 인간 존재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었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의 자비심이 아니라 자신과 동등한 한 인간에 대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는 관심이었던 것이다.


윤회는 생명이 한 번의 삶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진다는 사상이다. 윤회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우리 인간의 무지집착으로 생겨나는 으로 윤회의 사슬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불법에 귀의하여 우리가 끊임없이 수행하는 것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다시 태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윤회의 사슬을 끊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럴 수 있다면 해탈에 이르겠지만 살아가면서 탐욕과 어리석음에 휩쓸려 집착하고 악업을 지음으로 또다시 윤회의 사슬을 잇게 된다.


윤회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집착을 일으키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연습이라고 한다. 나를 내려놓음으로써 집착이 사라질 때 태어남과 죽음의 두려움이 사라지면 그 자리가 해탈의 경지이다. 해탈이 아니고서야 미물이 아닌 사람몸 받고 태어나기 어디 쉬운가. 욕망의 집착을 내려놓기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우리 남편의 더 이상의 게으른 마누라가 아니고 싶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좀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고 싶고, 지혜로운 엄마이고 싶다. 어제도 어리석은 집착과 내려놓음을 반복하다가 하루가 지나갔다. 다시 나를 돌아보며 오늘을 잘 살아야겠다. 오늘의 결과인 내일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