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

연닢 한 장 한 장 마음을 담아

by 마리혜

불교에서는 음력 사월 초파일(8일)을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은 지혜의 빛을 상징하는 연등을 밝힘으로써, 부처님의 지혜로 세상의 어둠(무지)을 밝힌다는 뜻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 절에서는 해마다 동지가 지나면 연등 만들 준비를 한다. 연등은 다양한 색을 입힌 얇디얇은 습자지를 일정한 규격의 주름으로 눌린 연잎을 한 장 한 장 떼는 것부터 시작을 한다.


한 장씩 떼어낸 연잎은 꽃 색깔 쪽의 주름진 모양으로 곱게 모아 풀을 바르고, 주름이 망가지지 않도록 끝을 잡고 말아서 단단하게 고정을 한다.


이렇게 만든 낱낱의 연잎은 색깔별로 연등을 만들게 되는데, 이에 앞서 단단한 철사로 만든 팔각형 틀에 흰 종이를 바른 구조물에 연잎을 붙이면 한 송이의 연꽃으로 피어난다.



연등을 한 개 만들려면 섬세한 손길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초파일에 필요한 수백 개의 연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이 합심할 수 있도록 마음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연잎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동지가 지나면 각자 나누어서 연잎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연잎으로 초파일을 한 달여 앞두고 도반들이 함께 모여 연등을 완성해서 준비를 끝낸다.


연등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여의치 않다. 우선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렇게 연등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 간편하게 만든 시판용 연등을 사용하는 절이 많다.


우리 절에서는 해마다 연등을 직접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에 주지 스님의 각별한 애정이 있다. 연등을 달고 부처님의 지혜로움을 얻고자 하는 그 마음이 연등 하나하나에 염원을 담기에 우리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해서 열심히 만들고 있다.


나 역시 연등 만드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연등을 만들 때가 가까워지면 빨리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만들고 나면 내가 밝힐 등을 내 손으로 만들었다는 뿌듯함도 있다. 또 도량에 걸린 연등의 물결을 바라보면 숙연함 마저 든다. 연등을 밝힘으로, 지혜로써 내 마음을 비추고 조금 더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연등 만들기를 시작했다. 남편이 주름이 눌린 연잎을 하나씩 떼어 주었다. 팬데믹 때 외출이 막혔을 때 열심히 도와주었던 그 솜씨로 척척 잘 해내는 것을 보니 그때 비해 속도도 많이 늘었다.


남편이 도와준 덕분에 올해 연등은 더 예쁘게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남편도 나이는 못 속이는지 아니면 사랑받고 싶은 건지 여하튼 내가 하는 잔손 가는 일에 부쩍 관심이 많다.


오히려 나보다 더 깔끔 맞고 뒷마무리가 깨끗하니 나로선 참 고마운 일이다. 올해 연등은 유난히 더 예쁘게 보인다. 앞으로 그렇게 쭈욱 오랫동안 함께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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