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파티
사흘이 멀다고 친구들과 저녁 만찬을 즐기는 가족의 친구가 있다. 그의 전화 한 통이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세 친구 부부는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은 만난다. 친구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잘나가던 사업을 접고 내려온 지 7년이 됐다. 사업하면서 줄 곳 품고 있던 펜션 사업을 노후의 꿈으로 삼고 고향에 정착했다.
제법 큰 사업비로 시작한 펜션은 20여 개의 객실의 청소는 물론이고 어린이가 즐길만한 작은 수영장, 잔디 마당 등 손 가는 일이 많아서 가꾸는 일이 생각보다 일거리가 많았다. 노후에 부부가 펜션을 운영하며 여유로운 삶을 만들어 가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아 보였다.
성수기 주말이면 이용객들이 편안히 즐기고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과 뒷정리하는 모든 일들은 많은 시간과 노동이 필요했다. 도와줄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도와줄 사람을 수배하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부인의 말에 의하면, 남편이 사업할 때는 시댁의 대가족을 거느리며 갖은 고생을 다 했다고 한다. 꽃다운 젊은 시절 다 보내고 이제 자신을 위해 쓰고 싶었고, 골프를 즐기며, 늦게 시작한 공부 하면서 보내던 중이었다.
앞치마 두르고 객실 청소와 잔디 풀 매는 작업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자녀들은 성공시켜 출가시켰고 두 사람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 일만 남았는데 미간의 주름이 펴있는 날이 드물었다.
손님을 친절히 대하고 만족했을 때의 기쁨은 크지만, 노후로 접어드는 나이에 노동에 가까운 일을 기쁘게 하기에는 힘겨워 보였다. 선이 굵고 배포는 있으나 덩더꿍 이라 잔손 가는 일은 언제나 부인의 몫이었다. 해외 골프도 즐겨 하고 친구들과 즐길 거리를 찾고, 유유자적 만찬을 즐길 궁리를 찾는 사람처럼 장거리 맛집 여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저녁 초대받을 때마다 부인을 대할 때 마음이 안쓰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나 친절하게 맞이하는 부인의 미소는 한결같다. 오히려 와줘서 즐겁다고 한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부인의 손을 덜기 위해 집보다 외부 식당으로 정할 것을 요청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초대에 응하지 않겠다는 말로 분위기를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급매 중.
부인의 명의로 돼 있는 펜션은 몇 년째 급매 중이다. 부인에게 명의를 물려주고 힘없는 식솔로 자처하지만 막강한 힘은 여전히 불가항력이다. 잔고장의 처리는 직접 잔손 처리하기보다 남의 손을 빌릴 때가 많다. 답답한 마음에 그런 남편에게 매일 급매라는 말로 엄포 중이라고 한다.
잔고장 정도를 맥가이버처럼 처리하는 우리 가족은 친구 펜션의 해결사 노릇을 자처할 때가 많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실제로 수영장 누수 문제로 도움 요청이 와서 해결한 적이 있다. 심각한 상황에 이를 뻔했던 그 일이 있고부터 자기 남편보다 우리 가족을 더 신뢰하는 일이 생겼다.
참 웃지 못할 일은 그 친구나 부인도 무엇이든 고장 나면 전문가를 부르기 전에 우리 가족에게 도움 요청해서 살펴본 후에 전문가를 부른다. 더욱이 도움 요청하면 언제든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달려가는 가족이 신기할 뿐이다. 단순히 고향 친구로만 여기던 어릴 때 친구 사이가 더욱 끈끈하고 깊은 우정으로 다져지고 내외끼리도 친구 같은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건축사업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고향에서 ATV 체험장을 펼치며 황혼 꿈을 이루어 가고 있는 또 한 친구가 있다. 우리 가족은 두 친구 사이에서 주거니 받거니 해결사 노릇하며 보내는 시간이 때로는 개구쟁이들처럼 천방지축일 때가 많다. 지난밤 무릎 통증으로 병원 다녀온 후 쉬고 있던 가족은 그 새 참지 못하고 친구 집 마당 포장 공사에 참여하러 달려갔다.
"저녁에 약속 없죠? 6시 예약합니다."
친구는 전화벨 소리조차도 뭉툭하고 급하다. 사흘 전에 했던 전화하고 다르지 않다. 전후 사정 볼 것 없이 이미 정해서 말하고 끊는다.
"제 맘대로다. 누가 준비하고 기다리나?"
통화를 끝낸 가족은 매번 투덜거려도 준비한 것처럼 어김없이 달려 나간다.
좌충우돌 셋 중 한 친구의 깜짝 생일 파티였다.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 챙기는 부담을 덜기 위해 예고 없이 늘 하던 대로 불쑥 마련한 저녁 만찬이었다. 생일을 맞은 친구 부인은 만찬을 위해 독특하고 예쁜 쌀 케이크를 준비해서 자리를 더욱 빛나게 했다.
생일 축하 노래 부른 뒤 오고 가는 투박한 말들이 친구의 건강과 사업 번창을 기원하는 덕담으로 이어지고 분위기는 어느새 보드라운 쌀 케이크처럼 무르익어 갔다.
3일 전에 만나고 또 오늘 만나도 이야기보따리는 쉴 새 없다. 경상도 아저씨들의 수다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도 어울리는 천진난만한 모습들이 영락없이 개구쟁이들이다.
오늘처럼 모두 함께하는 생일 축하 노래가 매년 끊이지 않고 개구쟁이들처럼 오래오래 노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한참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