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몇인데,우리 가족은 아직도 청춘인 줄

제초 작업과 제설 작업

by 마리혜

가족은 봄과 여름이 시작되면 제초 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기계를 점검 한다. 긴 작업 시간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서 휘발유를 사고, 소지하기 편리하도록 작은 병에 미리 옮겨 담는다. 가을이면 두어 번 길가 구석에 수북하게 모인 낙엽을 기계로 불어 낸다. 겨울이 시작되면 또 같은 준비로 송풍기 제설 작업으로 겨울을 보낸다.


지난 주 첫 눈으로 폭설이 내렸지만 따뜻한 기온 덕분에 어려움없이 지나갔다. 올 겨울은 또 얼마나 몇 번을 내릴지 은근히 걱정된다. 가족은 내가 적을 두고 있는, 절에 올라가는 약 2킬로의 산길 가꾸는 일을 보시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물론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지만, 해가 거듭될 수록 가족이 느끼는 힘겨움의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 보여서 안쓰럽다.


지난 여름 제초 작업할 때의 일이다.


눈 깜짝하고 지난 세월이 가족의 얼굴에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주름진 골마다 이끼 낀 청춘이 깊게 쌓여가도 소싯적 힘만 믿고 오기를 부린다


아침 든든히 챙겨 먹으라는 말도 미숫가루 한 컵으로 대신하고 완전무장 갖추고 집을 나선다. 어깨에 얹힌 제초기는 역군의 용사처럼 멋있게 둘러매도 세월의 무게가 더해진 가족의 등은 힘이 부친 모양새다.


산사로 향하는 2킬로 남짓 거리는 여름이 시작되면 개망초가 한창 꽃을 피우며 길목부터 숲을 이룬다. 뭐든 지나치면 볼썽사납다. 분수없이 아이 키만큼 자라서 망초꽃 진 자리는 대신할 잡초가 없다. 그들만의 세계에 질서가 무너지고 몇 배 늘어난 무리는 지금 쳐 주지 않으면 지천이 돼버린다.


따듯한 수고의 손길이 느껴지는 산뜻하고 잘 정돈된 산사로 가는 길은, 길목부터 정갈한 마음으로 올라 정화되어 내려가는 길이 행복을 더해준다.


그 마음 하나로 시작된 가족의 산사길 제초 작업은 다섯 해가 지났다. 처음의 시작은 제설 작업하는 인부들의 나태한 작업 태도였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한 세 명의 인부는 해가 중천이 되도록 입구 근처에서 지루하게 시간을 얼버무리고 있었다.


곧 점심시간이면 손을 놓고 다시 시작해도 해가 지기 전까지 하루면 충분히 마칠 일이 절반도 못해낼 상황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끌었는지 알 수 없지만 우연히 보게 된 성질 급한 가족은 집에 있는 제설기를 들고 가서 합류했다.


쳐들어갈 듯한 기세로 앞장선 가족의 뒤로 인부들이 따라가기 시작했다. 건장한 남자들의 어깨에 둘러 멘 세 개의 제설기는 땅을 뒤흔들듯 하늘을 요란하게 진동시켰다. 속도를 내고 몇 발짝 앞서가는 가족의 뒤로 두 명의 제설 작업자는 쉴 틈이 없다. 제설을 마친 길을 정리하고 뒤따라가는 인부도 숨이 턱에 차고 바쁘게 쫓아가는 모습이 아무래도 임자를 잘못 만난 것 같다.


일을 잡으면 쉬지 않고 일사천리로 달리는 가족은 가끔 도와드리는 아버님도 불편해하신다. 막걸리 한 잔으로 쉬어 가며 하시는 아버님의 텃밭에서도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고역이었다.


그렇게 세 명의 인부와 시작한 제설 작업은 이틀로 예정했던 애초의 계획은 해 지기 전에 일찍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제설 작업과 제초 작업은 계절마다 혼자 해도 충분하다며 고집을 내고 가족은 자기 몫으로 봉사하기 시작했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한 제초 작업은 마칠 시간이 됐을 시간인데 점심때가 지났다. 부랴부랴 간단한 간식을 챙겨 산길을 올라갔다. 올라 갈수록 제초 작업해야 할 길이 멀어지니 한숨이 나왔다. 키만큼 자란 망초 무리는 여전히 파도처럼 넘실대고 있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이러다가는 한낮 더위에 멀쩡한 사람 잘못될 것 같아서 걱정되었다. 뿌리치는 손 잡아서 억지로 눌러 앉히고, 시원한 물과 빵으로 더위와 허기를 달래주었다. 은근히 그래 주기를 바랐던 것처럼 씩 웃어 보인다. 뭐라도 한마디 하려다가 웃는 얼굴에 비친 주름이 안쓰러워 따라 웃고 말았다.


일 만큼은 청춘인 줄 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일할 때 표정이 일그러진 때가 없었고 항상 즐겁게 했다. 힘든 걸 모르는 사람 같았다.


"햐, 이젠 힘들다."

푹 눌러쓴 가림 모자 속에 숨었던 얼굴은 풀가루 가득하고 하얗게 질린 듯한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마르고 왜소한 체격에 늘어진 어깨가 눈물이 핑 돌았다.


"힘들었구나. 정말 힘들었구나."

이제는 고집 피울 나이가 아닌데 야속했다. 그러고도 두 시간 남짓 걸려서 집에 들어선 가족은 초췌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땀 흘리고 풀가루로 덮어쓴 얼굴이라도 청춘 같더니 한 해가 다르다.


가족은 나름대로 생각과 품은 마음이 있었다. 힘들어도 1년 중 제초 작업과 제설 작업을 즐겁게 하는 이유를

"아이들의 건강과 무탈을 기원하는 마음이 늘 함께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이런 마음 알기에 한편에 서서 바라볼 뿐이다.


봄 부터 여름 가기 전까지 제초 작업은 네 번은 해야 깔끔하다. 산사로 가는 길이 인적이 드물어도 사람들의 손길이 잦고 가꿀 때, 들어서는 마음이 낯설지 않으며 찾아가고 싶은 곳이 되겠다.


좀 더 오래 봉사할 수 있게 무리하지 말고, 혼자 다하려고 하지 말고 함께 하는 사람이 필요할 것 같다. 늘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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