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우는 사람

by 마리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다 멈칫했다. 기척을 느꼈을 텐데 문을 열고 들어가도 가족은 등을 보인 채로 꿈쩍하지 않았다. 그것도 쇼파가 아닌 거실 한쪽에 책상 의자를 끌어다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친구의 과수원 일을 도와주러 새벽 5시에 나갔다가 오후 3시쯤 온 터여서 간단한 간식을 챙겨주고 나갔었다. 잠시 일을 보고 들어오면 자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이었다.


아니 안 자는 건 그렇다 치고 사람이 들어와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뭘 하려는지 돌아앉아서 고개 숙인 체 휴대전화만 만지작만지작하고 있었다.


"아저씨, 자야겠다고 하더니 어쩐 일로 안 자고?

놀리기 삼아 얼굴을 가까이 대고 올려보았다. 눈을 마주친 순간 깜짝 놀랐다. 나도 덩달아 눈물이 핑 돌았다.


가족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가두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눈치 없이 놀리려고 했다가 쑥스러운 분위기를 만든 내가 오히려 머쓱했다.


가족은 7080 노래 들으면서 추억 젖어 흐느낄 때가 자주 있다. 음악을 들을 땐 최고 높이에 가깝도록 소리를 키운다. 추억의 노래는 소리를 높여 들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처음엔 그 분위기를 즐기도록 슬그머니 피해주기도 했다. 아마도 울보 가족은 내면의 이야기를 눈물로 쏟아내고 싶었을 수도 있다.




가족은 매우 이성적이고 차갑게 보이는 사람 같아도 심성은 여리다. 그런데 유독 아들에겐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엄하게 대했다. 심지어는 차갑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가끔 그런 태도가 못마땅해서 다툼이 되곤 했다. 그렇게 아들에게는 엄한 아버지로 각인되었던 가족은, 아들이 입대하는 날 그 틀이 무너졌다. 입대 식이 끝나고 연병장에서 막사로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애써 참고 있던 나는, 가족의 눈물을 보는 순간 놀랬다. 강하게만 보이려고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다른 지역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는 누나인 딸들만 생각하면 공연히 눈물짓던 울보 아버지였다.


아들은 군에 입대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 아버지는 두려움의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들이 막사로 들어가는 모습에서 본인의 군대 시절이 겹쳐서 울컥한 마음이 올라왔다고 한다. 그동안 아들에게 엄하게 했던 것들이 퍽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는 말까지 했다.


얼마 후 그렇게 눈물을 찍어내는 아버지의 모습을 소상히 전해 받은 아들은 깜짝 놀란다.

"아버지가 정말 우셨다고요?"

동그랗게 눈을 뜨고 의아하다는 듯이 겸연쩍게 웃는다.

그 후로 아들은 두려움의 존재로 여기며 편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없었던 아버지를 엄마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거든다.




휴지를 건네주고 나니, 그제야 유튜브가 연결된 TV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절절하게 들려왔다. 문을 열자마자 폭포 치듯이 쏟아내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예상치 않았던 가족의 구부정한 뒷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거였다.


거리를 거닐고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얘기들을 나누다가

집에 돌아와 혼자 있으면

밀려오는 외로운 파도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

어쩌다 어렵게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 혼자 있기 싫어서

우린 사랑을 하네


말없이 등을 꼭 안고 토닥여 주었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비켜서서 혼자의 시간을 갖고 맘 놓고 울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눈물을 휴지로 연신 찍어내는 모습에 코끝이 찡했다.


연이어지는 노래들이 한결같이 가슴을 후벼파고도 남았다. 노랫말 한 구절로도 외로운데 입혀진 멜로디와 가수의 짙은 감성으로 가족의 마음을 달래고, 눈물 흘리게 할 만했다. 나도 눈물이 났다.


처음의 일은 아니었다. 앞서 두어 번 목격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오늘과 마찬가지로 나갔다 돌아왔는데 TV의 노래 영상을 보고 혼자 흐느껴 울고 있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워 모른 척 애써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어색했다. 그땐 말없이 손을 만져주며 고개만 끄덕여 주었었다. 그러다 결국은 같이 훌쩍거리고 말았다.


가족이 조금 더 젊은 시절엔 여리긴 해도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서서히 그 증세와 햇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어느덧 그런 나이가 깃든 것 같다.


우리는 함께 늙어가도 가족의 허전한 공간을 다 채워줄 수 없으니, 어느 외로운 한 부분은 멋진 가수의 목소리로 채울 수 있고 눈물로 달랠 수 있다면 참 고마운 일이다.


가족이 있고 음악이 있고, 글이 있고 내가 있는 지금이 참 행복하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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