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딸들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시작하자

by 마리혜

안녕! 우리 딸들.

엄마의 인사가 경쾌하고 신나 보이지 않니? 매일 너희들 생각하고 편지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구나. 편지 쓰면서 매일매일 너희들을 생각한단다.


엄마의 문장을 시작하고, 매일 편지 쓸 때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 편지가 쌓이듯 우리의 이야기가 쌓여가겠지. 그렇게 우리 가족을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가진단다. 엄마는 그 시간이 무척 행복해.


이전에는 가족에게 쓰는 편지가, 시작이 생각보다 어려웠어. 생각은 머릿속에서 구름처럼 떠다니기만 했어. 괜히 펜만 만지작거렸단다. 번번이 시작도 못하는 용기 없는 엄마였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됐어.


가족은 모든 것을 잘 알기에 편지조차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 또 한 번도 표현한 적 없는 내면의 이야기를 편지 글로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부끄럽고 어색했거든.


편지를 쓰면서 비로소 느꼈어. 속에 담아 둔 사랑을 먼저 꺼내놓지 않고, 어떻게 사랑을 바라겠어. 편지는 결국 나를 사랑하는 일이었어. 그리고 너희들, 우리 가족을 더 많이 사랑하는 일이었단다.


시작하면 되는 걸. 우리 딸들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손주들이 엄마 편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손주들이 아직 어리지만 가끔 엄마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냥 확인하고 싶을지도 몰라.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편지로 들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 엄마는 너희들 키울 때,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어. 그게 무척 아쉽게 느껴지더구나. 하지만 이제라도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즐거워.


이제는 귀엽기만 한 손주들이 제법 어른스러워졌어. 자기 생각이 다양해지고, 활동의 폭이 넓어진 걸 느끼겠어. 놀란 건, 손주들이 엄마가 너희들을 키우던 그때의 10살, 7살이 아니었어. 재롱만 부릴 줄만 아는 아이들이 아니라 생각도 깊어. 그럴 땐 깜짝깜짝 놀래.


그리고 표현력이 아주 섬세해. 자기가 느끼고 있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이 아주 진지해 보였고. 우리 손주들이 이렇게 잘 컸어? 할 정도로 손주들 마다 특징이 도드라지고 다양해서 놀랐을 때가 많았어.


그렇게 잘 커 준 손주들은, 물론 엄마 아빠의 영향이지. 그래서 우리 딸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이제라도 고마운 우리 딸들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딸들과 손주들에게도 들려주려고 해.


시작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잖아. 그냥 시작하고 보니 쓸 힘이 생기는 거야. 구름처럼 떠돌던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풀리고 있어. 그렇게 한 올 한 올 섬섬옥수 엮어서, 엄마 마음을 열어 보이고 싶어.


아빠, 우리 두 딸, 아들, 손주들 서진, 이랑, 승현, 사랑. 그리고 엄마 나에게. 매일 편지 쓸 때 제일 행복하니까. 매일매일 열어놓고 쏟아내도 엄마의 샘물은 마르지 않을 거야.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