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행복한 독수리 최강 한화 <14>

MLB에서 온 완투 머신 로저스 신드롬

by 김일주

전반기 5할 승률(44승 40패)을 달성하며 5위로 마감한 한화는 후반기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후반기 시작과 함께 한화는 외국인 투수 유먼과 안영명의 부상 등 선발진 붕괴로 승수 쌓기가 전반기처럼 쉽지 않았다. 5할 기준 +4 승률로 전반기를 마친 한화는 후반기가 시작된 후 조금씩 추락하기 시작했고, 8월 2일 기아에 패해 48승 47패가 되며 승패 마진 +1까지 줄어든다. 한화는 위기 탈출을 위한 반전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쉐인 유먼이 어깨 부상을 당하며 4주 이상의 공백이 발생하자 한화는 새 외국인 투수 영입에 들어갔다. 그리고 8월 2일 마침내 대체 외국인 투수가 한화에 합류했다. 그 주인공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에스밀 로저스(30). 한화 이글스는 8월 1일 “새 외국인선수로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연봉 70만달러(약 8억 2천만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로저스는 150km 이상의 직구를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로서 한화 합류 전까지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인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했다. 로저스의 합류는 한화가 반등을 노리는 최고의 카드였다.


류현진을 잊게 만든 ‘완투 머신’ 로저스

한화 팬들이 기대하던 로저스의 첫 등판은 2015년 8월 6일 LG전이었다. 이날 그의 투구는 한화 팬들이 기대했던 그 이상을 뛰어넘었다. KBO 데뷔무대에서 기록한 성적은 9이닝(투구수 116개)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 데뷔전에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기록하며 한화의 5연패 탈출과 5할 승률(49승 49패)복귀를 이끌었다. 이날 로저스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5km. 9회에도 152km를 던지며 괴물 투수의 등장을 알렸다. 외국인 투수가 KBO 데뷔전에서 완투승을 기록한 것은 로저스가 사상 최초였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로저스는 두 번째 등판이었던 2015년 8월 11일 KT전에서 9이닝(투구수 108개)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국 무대 두 번째 등판 만에 완봉승을 기록한 로저스. 데뷔전 완투승에 이어 이날 완봉승까지 기록한 로저스는 KBO리그 34년 역사상 최초로 데뷔 후 2연속 완투승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한편 한화 소속 투수가 2경기 연속 완투를 한 것도 오랜만이었다. 로저스 이전 2경기 연속 완투를 한 한화 투수는 ‘괴물’ 류현진이다.

2연속 완투승을 기록하며 제대로 이름을 알린 로저스의 질주는 끝을 몰랐다. 2015년 8월 22일 기아전에 선발 등판한 로저스는 또 다시 9이닝(투구수 123개) 5피안타 1볼넷 탈삼진 10개 무실점을 기록하며 한국무대 3번째 완투이자 2번째 완봉승을 거두었다. 이날까지 시즌 3승을 기록한 로저스의 시즌 성적은 4경기 3승 무패 방어율 1.31. 3승이 모두 완투승이었고 그 중 2승은 완봉승이었다. 그야말로 KBO 후반기는 로저스 신드롬 열풍이 불고 있었다. 로저스가 등판하는 날은 모든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이 그를 주목했고 그의 투구는 모든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KBO 역대 최고 투수들의 이름들까지와 비교될 정도로 야구팬들을 흥분시켰다.


리오스, 니퍼트보다 낫다

로저스의 투구를 지켜본 전현직 감독들은 “한국에 온 외국인 투수 중에서 단연 최고라 할 만 하다”고 엄지를 세웠다. 김진욱 전 두산 감독은 “저런 투수를 데려온 한화가 참 대단하다”며 “9회에도 150km가 넘는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 그건 힘보다도 뛰어난 투구 매커니즘에서 나온 결과다. 로저스는 힘도 좋지만, 마치 동양인 투수들처럼 던지더라. 축이 되는 왼발이 곧게 버텨주고 오른발도 릴리스 시점까지 끝까지 뒤에 남아있다. 그러면 타자들에게도 구종이 잘 노출되지 않고, 공끝이 살아서 들어오게 된다. 이상적인 투구폼”이라고 극찬했다. 그리고 “단연 국내에 들어왔던 역대 외국인 투수중에서 최고가 아닌가 한다. 과거 20승을 했던 다니엘 리오스보다 낫다. 또 내가 감독 시절에 데리고 있던 더스틴 니퍼트보다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리오스는 2007년 두산 소속 당시 33경기 234.2이닝 22승 5패 방어율 2.07 탈삼진 147개를 기록했다. 그리고 6번의 완투와 4번의 완봉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이닝 소화능력을 선보인 KBO 역대 최고 외국인투수로 손꼽히는 투수 중 하나다. 더스틴 니퍼트는 2011년까지 2018년까지 KBO에서 활약한 장수 외국인투수로서 통산 102승을 기록한 수준급 외국인 투수다. 2016년 두산에서 활약하던 당시 28경기 167.2이닝 22승 3패 방어율 2.95 탈삼진 142개를 기록했다. 리오스와 니퍼트는 2007년과 2016년 각각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한 공통점이 있다. KBO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로저스의 능력은 인정을 받았다.

선동열을 보는 듯 하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로저스 투구에 감탄하며 최고의 극찬을 쏟아냈다. 김성근 감독은 “내가 지금껏 감독 생활을 해오면서 저런 선발투수와 함께 하는 건 처음인 듯하다”면서 “물론 SK 시절 김광현도 좋았지만, 로저스와는 달리 공이 커트됐다. 또 완투 계산이 되지 않았다. 리오스도 로저스만 못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어제 로저스가 던지는 것을 보니 과거 선동열을 보는 듯 했다.”고 말하며 한국 역대 최고의 투수로 활약했던 선동열과 비교하며 로저스의 활약상이 최고임을 인정했다. 김성근 감독은 “로저스가 9회에도 155km까지 나왔다. 또 9회말 마지막에는 휙 떨어지는 슬라이더 3개로 삼진을 잡아냈다. 선동열도 직구가 살아서 쑥 들어왔고, 슬라이더도 ‘팽’하고 떨어졌다. 로저스를 보니 그런 선동열을 보는 것 같더라.”고 표현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로저스보다는 선동열이 낫다. 선동열은 선발로 나갔다가 또 금세 마무리로 나왔다가 하면서도 늘 최고의 공을 던지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보면 역시 선동열이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김성근 감독의 평가는 모든 야구인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선동열은 선발과 마무리에서 모두 최고의 능력을 선보인 역대 한국최고투수로 손꼽히는 전설이고 앞으로도 선동열만큼 활약이 가능한 투수는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통산 146승 132세이브 그리고 방어율 1.20을 기록한 선동열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며 해태타이거즈의 왕조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이런 선동열의 활약에 버금갈 만큼 로저스의 4경기 투구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로저스의 투구는 선동열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로저스는 한화의 에이스가 됐다.

후반기 마리한화 흥행의 중심에는 로저스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8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나와 3승 1패 방어율 1.79 피안타율 0.149 그리고 평균이닝 8이닝을 소화하며 압도적 에이스로 활약한 로저스는 약 한 달 후인 9월 25일 넥센전에서 9이닝 5피안타 7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으로 또 한 번 완봉승을 기록했다. 9월 25일 넥센전까지 포함해 9경기에 등판한 로저스는 4번의 완투승, 그중 완봉 3회라는 어마어마한 이닝소화력을 과시하며 KBO 기록을 세웠다. 우선 로저스의 한 시즌 완봉승 3번은 KBO를 통틀어 역대 20명밖에 나오지 않았던 기록이다. 2000년 이후로는 역대 5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역대 시즌 최다 완봉승은 1986년 ‘국보급 투수’ 선동열과 1995년 OB(두산의 전신)에서 활약한 김상진의 8번이다. 외국인 투수의 시즌 최다 완봉승은 2007년 다니엘 리오스의 4번이다. 그리고 로저스는 9월 30일 한화의 홈 최종전이자 시즌 10번째 등판에서 7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2015시즌을 마무리 했다. 시즌 최종성적은 10경기 75.2이닝 6승 2패 방어율 2.97. 8월초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해 데뷔 후 각각 2경기 연속 완투승과 완봉승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능력을 선보이며 최단시간에 에이스로 자리 잡은 로저스는 한화의 후반기 순위 싸움에 큰 힘을 보탰다.

한화는 류현진 이후 리그를 지배할 에이스를 얻었다. 한화팬들은 로저스의 투구에 매료됐고 후반기에도 마리한화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밝은 성격과 화끈한 쇼맨십 등 로저스의 행동 하나하나도 한화 팬들에게는 큰 웃음과 행복을 안겨줬다. 비록 가끔씩 열정이 지나쳐 경기가 안 풀릴 때 흥분하거나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 혹은 벤치의 투수교체지시에 거부하는 등 팀플레이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저스는 등판하면 매 경기 8회나 9회까지 올라가며 불펜투수들의 체력을 아낄 수 있게 해줬고 연패에 빠진 팀을 자신만의 힘으로 구해내는 모습들을 여러 번 보여줬다. 로저스는 어떻게든 본인이 등판하는 경기는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강한 승부근성이 돋보인 선수였다. 한화팬들은 그런 로저스가 든든했고 로저스는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었다.


로저스 2015시즌 경기 내용

8/6 LG전 (KBO 데뷔전) 9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 - 시즌 첫 승

*KBO최초 외국인투수 데뷔전 완투승

8/11 KT전 9이닝 3피안타 7탈삼진 3볼넷 무실점 - 시즌 2승

*KBO 데뷔 첫 완봉승 및 최초 2경기 연속 완투승

8/16 삼성전 7.1이닝 5피안타 8탈삼진 6사사구 4실점

8/22 기아전 9이닝 5피안타 10탈삼진 1볼넷 무실점 - 시즌 3승

* 시즌 3번째 완투 및 2번째 완봉승

8/27 NC전 6이닝 4피안타 9탈삼진 3실점 - 시즌 첫 패

9/8 LG전 8이닝 12피안타 5탈삼진 1볼넷 5실점

9/13 롯데전 8.1이닝 10피안타 5탈삼진 4실점 - 시즌 4승

9/18 NC전 3이닝 8피안타 1탈삼진 6실점 - 시즌 2패

9/25 넥센전 9이닝 5피안타 7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 - 시즌 5승

* 시즌 4번째 완투 및 3번째 완봉승

9/30 삼성전 7이닝 7피안타 3실점 - 시즌 6승

총 10경기 75.2이닝 6승 2패 4완투 3완봉 방어율 2.97 탈삼진 6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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