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마리한화 열풍
흔히 마약은 중독성이 강하고 인간의 몸을 해롭게 한다. 따라서 국가에서 마약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금지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2015년 4월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허락한 마약이 탄생했다. 그 마약의 이름은 ‘마리 한화’.
2015년 4월 한화의 야구는 팬들에게 새로운 중독성을 불러일으켰고 매일 같이 치열한 접전 안에서 역전승을 선보이며 한화 이글스는 리그 흥행 돌풍의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다. 4월 27일 기준으로 당시 한화는 12승10패(승률 0.545)를 기록해 공동4위에 올라 있었다. 당시 22경기를 치르며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건 2009년 이후 6년만이었다. 그리고 팬들을 사로잡은 건 5할 승률보다도 끈끈한 경기내용이었다. 12승 중 절반이 역전승이었다. 특히 6번의 역전승 중 무려 5번이 6회 이후 역전한 경기였다. 끝내기 경기도 3번 있었다. 한화는 경기력이 예전과 크게 달라지며 팬들을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자주 옮기게 했다. 그리고 케이블 채널 중계방송 에서도 한화 경기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 가지 예로, 4월 2일 한화 대 두산전 시청률은 2.375%를 기록했다. 2014시즌 정규리그 케이블 최고 시청률 1.9%를 크게 뛰어넘었다. 한화야구는 팬들에게만 아닌 방송사 사이에서도 최고 인기를 자랑했다.
2015년 4월 한화야구 주요 명승부
3/29 넥센전 5대3 승 *김성근 감독 1322일만의 승리
4/2 두산전 4대2 승 *시즌 홈경기 첫 승
4/7 LG전 4대3 승 *연장 11회 끝내기 승리
4/9 LG전 5대4 승 *9회 상대 수비실책 끝내기 승리, LG에 2승 1패 위닝시리즈
4/18 NC전 8대6 승 *시즌 첫 2연승 및 5할 승률 달성
4/25 SK전 7대6 승 *9회말 2아웃 만루 김경언 끝내기 2타점적시타 7대6 역전승
4/26 SK전 5대4 승 *3265일만에 SK상대 3연전 스윕 및 738일만의 타구단 상대 스윕
야신의 부드러운 리더십
김성근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마무리훈련부터 2015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까지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베테랑, 신예 선수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특타와 펑고, 고강도의 수비 연습 등 강행군으로 팀의 체질 개선에 앞장섰다.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등 간판스타들도 매일 운동장을 구르며 유니폼이 흙 범벅이 되기 일쑤였다. 김 감독은 타협 없는 지옥훈련과 강력한 카리스마로 오랫동안 최하위를 전전하며 나약한 정신력에 갇혀있던 선수단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또한 선수들 간의 경쟁체제를 유도했고 지옥훈련을 견딘 선수 대다수의 기량과 멘탈이 대폭 향상됐다. 전지훈련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선수들은 시즌에 들어가서도 주눅 들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더욱 더 강한 응집력을 발휘했고, 상대팀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변했다. 과거 한번 흐름을 내주면 다시 되찾아 오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경기를 내주던 한화는 김 감독 체제 안에서 상대에게 쉽게 흐름을 내주는 일이 줄어들었고 경기 후반부 뒷심을 발휘해 역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일이 늘어났다.
한편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은 과거와는 달리 조금은 변화가 생겼다. 타협 없는 강훈련과 강력한 카리스마는 여전했지만 동시에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며 선수들을 어루만지고 자주 소통했다. 대표적인 예가 4월 22일 한화 대 LG전. 당시 김성근 감독은 한화가 9회말 5대2로 앞서고 있는 무사 1루 상황에서 투구수가 40개에 육박하고 있는 권혁이 지친 모습이 보이자 마운드에 방문에 권혁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는 행동을 보였다. ‘고맙다. 미안하다. 조금만 더 힘내달라.’라는 의미로 마운드에서 많은 공을 던지며 체력적으로 지칠법한 권혁을 격려하며 힘을 북돋았다. 권혁도 김성근 감독의 격려에 힘을 받고 경기를 끝까지 잘 마무리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오랜만에 현장에 다시 돌아온 김성근 감독은 냉정한 승부사이면서도 동시에 부드러운 리더십까지 보이며 한화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김성근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 속에서 점점 승리를 쌓아가며 강해지고 있는 독수리 군단. 그리고 특히 몇몇 선수들은 김성근 감독을 만나 새로운 야구인생을 열거나 제2의 전성기를 되찾으며 마리한화가 흥행하는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공을 던지는 것이 행복한 불꽃남자 권혁
2015시즌 초반 한화의 선전은 KBO에 마리한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한화 돌풍 원동력에는 여러 요인 중 이적생 권혁의 불꽃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권혁은 리그 최강 필승 계투로 오랫동안 꾸준한 활약을 해왔다. 하지만 전 소속팀 삼성에서 조금씩 입지가 줄어들었고 삼성에서의 마지막 시즌(2014시즌)때는 좌타자만 상대하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출전할 뿐이었다. FA자격을 얻은 권혁은 새로운 야구인생을 원했고 한화 이적 후 독수리 군단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첫해부터 권혁은 ‘혹사’가 우려될 정도의 잦은 등판과 멀티이닝을 소화하며 리그 최고의 필승조로 부활했다. 셋업맨부터 시작해 4월 중순 마무리 투수로도 등판한 권혁의 제2의 야구인생이 시작됐다. 그러나 5월 11일까지 치른 33경기 중 21경기 등판했고 규정이닝에 1이닝 모자란 32이닝을 소화하고 있었다. 리그 전체 불펜투수 중 최다 이닝을 던지고 있었다. 또한 보통 팀이 리드하고 있을 때 9회에 등판해 1이닝만 소화하는 것이 마무리 투수의 일반적인 역할이지만 권혁의 역할은 타팀 마무리투수들과는 전혀 달랐다. 경기당 평균 1.2이닝을 넘게 던진 권혁은 이기는 상황은 물론 동점이거나 근소하게 지고 있을 때도 종종 등판하며 경기의 흐름을 되찾아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권혁의 활약은 김성근 전략의 산물이다. 김 감독의 전매특허인 불펜야구 전략의 중심에는 권혁이 자리하고 있었다. 혹사논란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무리한 등판을 소화하고 있는 권혁은 ‘난 야구를 오래할 생각이다’라는 말로 혹사논란을 부정하며 자신이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한화 이적 첫해부터 필승조와 마무리를 넘나들며 팀의 승리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거듭난 권혁은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리그 최고 좌완불펜으로 거듭났다. 많은 공을 던지며 팀 승리를 지키는 순간을 최고의 행복한 순간이라 생각하며 제2의 야구인생을 되찾은 권혁. ‘한화에 입단하면서 동기부여를 얻었다’, ‘야구장에선 모든 걸 즐기려고 한다’라던 불꽃남자 권혁. 마리한화 흥행 중심에는 권혁의 강력한 불꽃투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리한화의 아이콘 김경언
2015시즌 전반기 최고 화제의 팀은 ‘마리한화’라는 마약으로 팬들을 한화 경기에 흠뻑 빠지게 만들어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 한화이글스였다. 투수진에서 권혁의 불꽃활약이 있었다면, 타선에서는 누구도 예상 못한 타자의 출현이 있었다.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등과 같은 고액 연봉자들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시즌 개막 때부터 부상자들의 공백을 메우며 팀의 톱타자 혹은 3번 타자로 맹활약한 타자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갓경언’으로 불리며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른 김경언이다.
2014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얻은 김경언은 비시즌 화제의 중심에 섰었다. 보통 FA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원소속팀의 마무리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FA협상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김경언은 시즌을 마치고 한화 동료들과 마무리훈련에 동참하는 이색적인 행보를 보였다. 김경언이 마무리훈련에 참가한 이유는 ‘야신’ 김성근 감독 밑에서 강훈련을 받으며 야구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열망이 누구보다 강했기 때문이었다. 2014년 10월 29일 김성근 감독의 지휘 속에 한화선수들은 오키나와 가을 마무리훈련에 들어갔고, 당시 팀 내 유일한 FA자격 선수 김경언도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그러나 보통 FA선수는 계약 전에 팀 훈련에 합류하지 않는다. 어느 팀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의 몸이기 때문이다. 그 기간 개인 훈련을 하거나 자신의 연봉을 한 푼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FA협상에 집중하는 것이 상식이다. 상식을 깨뜨린 김경언의 행보는 김성근 감독을 놀라게 만들었다. 김경언은 개인적으로 감독을 찾아가 마무리캠프 합류 의사를 전달했었다. 그 당시 김 감독은 “넌 FA아니냐.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을 정도다. 그러나 김경언은 “계약은 다음 문제입니다. 감독님 밑에서 야구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훈련하게 해주십시오.”라며 김성근 감독과 함께 야구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 감독은 김경언의 강한 의지가 기특했고 어떻게든 또 한 명의 선수의 기량 발전을 이끌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곧바로 합류를 허락했다. 그리고 원소속구단과의 협상 기간 마지막 날, 김경언은 한화와 3년(총액 8억5000만원)에 재계약에 성공하며 자신의 소망대로 김성근 감독과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2015년 4월 마리한화가 전국에 흥행을 예고할 때 김경언은 타선에서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며 혜자 FA(연봉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불구하고 맹활약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개막전부터 4월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5(리그 4위, 팀내 1위) 14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친 김경언은 4월 25일, 명승부로 기억될 한화 대 SK전에서 9회말 2아웃 만루에 역전 끝내기 2타점을 날리는 등 마리한화 돌풍의 주연으로 활약했다. 김경언은 득점권 타율 0.368(19타수 7안타), 9회 타율 0.800(5타수 4안타)등 승부처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며 한화팬들로부터 ‘갓경언’이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김경언은 “그동안 훈련을 많이 했다. 지난해의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전 경기 출전과 팀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며 팀의 중심선수로서 다부진 각오를 밝혔고 팀 내 위상이 크게 올랐다. 그러나 한창 상승세였던 김경언은 5월 26일 기아와의 경기에서 상대투수의 공에 오른쪽 종아리를 맞고 1군에서 말소되며 몇 주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부상 전까지 타율 0.352 8홈런 35타점 출루율 0.437 장타율 0.562를 기록하는 대활약을 펼쳤었다. 2015시즌 전경기 출전의 포부를 밝힌 김경언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아쉽게 전경기 출전의 꿈이 날아가고 말았다. 종아리 재활 도중 독감까지 걸려 한 달 이상 공백기를 가진 김경언은 7월 8일 다시 1군에 복귀했다. 복귀 후 김경언은 “내가 없어도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돌아가면 자리가 있겠나 하는 위기의식도 생겼다”며 “감독님이 목표로 삼은 전반기 팀 승수 +7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화의 중심선수로 떠오른 김경언. 그의 말에서 중심 타자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는 만족이란 것을 몰랐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 각오를 다지며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방망이를 돌렸다.
7년 만에 전반기 승률 5할 ↑
2015시즌 전반기 최고 흥행의 팀으로 떠오른 한화는 2008년 이후 7년 만에 전반기 5할 승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전반기를 마쳤다. 44승 40패(승률 0.524)로 전반기를 마감한 한화는 시즌 전 전문가들로부터 하위권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을 깨고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5위권에 진입했다. 그해 프로야구판을 들썩이게 했던 한화의 핫이슈를 짧게 돌아보자.
➀ 전반기 리그 최다 27회의 역전승
최근 몇 년간 최하위권에 자리 잡은 한화는 승리보다는 패배가 더 익숙한 팀이었다. 경기 초반 이기고 있어도 경기 중후반 뒷심부족으로 상대에게 흐름을 내주며 역전패 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2015시즌 한화는 달랐다. 패배보다 승리하는 날이 많았고 한번 흐름을 잡으면 놓치지 않고 끝까지 지키는 힘이 생겼다. 지고 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저력을 발휘하며 역전승을 하는 것도 달라진 한화의 야구였다. 전반기 44승 중 27승이 역전승이었던 한화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역전승을 기록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역전승을 기록하며 ‘마리한화’라는 애칭까지 얻은 한화 이글스. 그 돌풍의 원동력 중 하나는 강력한 불펜진이었다. 한화는 권혁, 송창식, 박정진, 윤규진 등을 중심으로 한 벌떼마운드 전략으로 전반기 내내 치열한 접전 속에서 지키는 힘이 생겼고, 지고 있어도 강력한 불펜진을 내세워 흐름을 완전히 뺏기지 않고 되찾아오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무려 27번의 역전승을 만들 수 있었다.
➁ 전반기만 총 16차례 홈경기 매진, 행복했던 2015시즌 전반기!
팀 성적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다. 전반기 5할 이상의 승률을 달성한 한화는 관중동원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 홈에서 치른 43경기 중 16경기가 매진을 이루었다. 전반기 10개 구단 전체 매진은 47차례인데 한화가 그 중 34%를 차지했다. 전반기 16번의 홈경기 매진은 한화의 단일 시즌 홈경기 매진 신기록이다.
원정경기 평균 관중도 1만 3650명을 기록하며 대표적 전국구 인기구단 롯데나 기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매 경기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명승부를 선보이며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트렸던 한화. 한 경기 한 경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한화 선수들. 팬들은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한화의 끈질기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과 수많은 역전승에 감동을 받으며 야구장을 찾았다. 한화 선수들은 팬들의 함성에 힘을 얻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의 경기력으로 팬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홈이든 원정이든 한화 경기가 펼쳐지는 야구장에는 항상 한화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북적거렸다. 그리고 한화팬들은 8회만 되면 ‘최! 강! 한! 화!’라는 구호를 크게 외치며 한화선수들에게 큰 힘을 실어 주었다. 또한 한화가 점수를 내거나 역전에 성공할 때 한화팬들은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 합니다~’를 노래하며 행복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화 선수들과 한화 팬들 모두가 행복한 2015시즌 전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