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 독수리 군단의 아름다운 마무리
일 년 전 10월 13일. 이 날은 한화 이글스의 2014시즌 홈경기 최종전이었다. 시즌 중반 최하위가 확정된 한화는 최종전마저 삼성을 상대로 22 대 1로 처참하게 패배하며 팬들에게 부끄러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마지막까지 희망의 빛은 보이지 않았고 어둠으로 가득했던 한화의 2014시즌이었다. 그 어둠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한화는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그 선택은 2015시즌 한화팬들을 웃게 만들었다. 시즌 출발부터 한화는 명승부를 연출하며 KBO리그의 흥행에 앞장섰다. 또한 승리에 대한 의지와 투혼 등 선수들은 지난해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며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2015년 9월 30일. 이 날은 한화의 2015시즌 홈경기 최종전이었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최종전 상대인 정규리그 1위팀 삼성. 그러나 한화 선수들은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18 대 6으로 크게 이기며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대전 홈구장을 가득 채운 한화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아름다웠던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1년 내내 잘 싸운 한화는 이번에도 아쉽게 가을야구 진출이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전반기 44승 40패(당시 5위)로 가을야구 진출 의 꿈을 키웠던 한화. 그러나 후반기 24승 36패로 전반기에 비해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이며 승수를 쌓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몇몇 주전의 부상 이탈과 후반기 중요한 시점에 연패에 빠지는 등 5위에 2게임차 뒤진 6위(68승 76패 승률 0.472)로 마무리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후회 없는 2015시즌을 보내며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선수들의 멋진 경기력에 팬들은 집 대신 야구장에 직접 나와 경기를 관전했고 대전 야구장은 한화 팬들의 응원소리로 연일 축제분위기였다. 시즌 내내 팬들은 변함없이 대전 홈구장의 좌석을 가득 채웠고 2015시즌 총 21번의 홈경기 매진 신기록을 세웠다. 홈 6경기 연속 매진과 전반기 원정경기 평균 관중1위(1만 3650명)기록도 세우는 등 한화 선수들이 있는 곳은 항상 팬들로 북적거렸다. 원정구장도 홈구장처럼 느껴질 만큼 한화 팬들의 응원 열기는 대단했고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한 시즌 내내 멋진 경기와 투혼을 선보였다. 김성근 감독 그리고 모든 독수리들의 2015시즌 질주는 아름다웠으며 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그들의 발자취를 돌아보자.
마당쇠 송창식, 토종선발의 자존심 안영명
2015시즌 ‘불꽃남자’ 권혁의 투구가 모든 한화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필승조와 마무리를 넘나들며 9승과 17세이브를 거두는 등 팀 승리에 많은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등판 때마다 3연투를 자주 했고 2이닝 이상 혹은 3이닝도 던지는 등 팀을 위한 강력한 투혼을 발휘하며 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뜨거운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었다. 권혁이 전부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불펜진에서 헌신한 마당쇠 송창식도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본인의 임무인 불펜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견고한 활약을 펼치다 선발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기면 즉시 선발로 부름을 받았다. 어느 보직에서든 자신의 임무를 다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64경기 중 10경기를 선발투수로 나선 송창식은 총 109이닝을 던지며 신인시절이었던 2004시즌(당시 140.1이닝 소화)이후 11년 만에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8승과 11홀드를 올리며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성근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송창식을 선발과 불펜 등 적재적소에 투입하며 위기를 헤쳐 나갔고 송창식은 감독의 강한 신뢰를 받으며 여전히 한화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투수임을 증명하였다.
2014시즌 불펜 필승조 역할을 담당했던 안영명은 2015시즌 선발로 전환해 10승을 올렸다. 2009년 11승을 올린 이후 6년 만에 10승 투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안영명의 10승은 개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지만 한화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FA로 영입한 배영수와 송은범이 나란히 7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안영명이 이들을 대신해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을 소화했다. 2010년대 한화의 토종 10승 투수는 류현진이 유일했다. 류현진은 2010년과 2011년 각각 16승과 11승을 기록했다. 그래서 안영명의 10승은 한화에게도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토종 선발투수 한명을 얻은 것과 동시에 팀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었던 커다란 의미를 가졌다.
타선의 분발, 김경언부터 김태균까지
시즌 초반 한화의 상승세에 큰 역할을 한 해결사 김경언은 비록 5월말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했지만 7월 초 다시 복귀해 맹타를 휘둘렀다. 김경언은 아쉽게도 한 달 이상의 결장기간 탓에 규정타석 진입에는 9타석이 모자라며 프로데뷔 이후 첫 규정타석에는 실패했지만 10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7 127안타 16홈런 78타점 출루율 0.414 장타율 0.525의 대활약을 했다. 타율 0.337는 규정타석을 채웠다면 리그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테이블세터를 맡고 있는 이용규도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1 168안타 4홈런 42타점 28도루 출루율 0.427를 기록하며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서의 위용을 발휘했다. 다만 이용규도 순위싸움이 치열했던 후반기 7월말 상대투수가 던진 공에 왼쪽 종아리를 맞으며 근육파열 부상을 당한 것이 한화로서는 큰 치명타였다. 이용규의 부상 전까지 48승45패로 5위를 달리던 한화는 이용규가 빠진 3주 동안 5승 12패로 크게 흔들렸다. 좋은 타격감을 보인 이용규나 팀으로나 이 부상이 아쉬웠던 후반기였다. 김성근 감독은 “이용규가 부상으로 뛸 수 없었던 기간이 정말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경언(42일간 결장)과 이용규(19일간 결장)의 종아리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두고두고 아쉬웠던 한화였다. 5위와 단 2게임차 뒤진 6위로 마친 한화. 이들이 부상으로 빠지지 않았다면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의 시즌 초반 공백도 한화로서는 매우 아쉬웠을 것이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중 송구에 턱을 맞아 실금이 가는 큰 부상을 당한 정근우는 개막전 합류가 불발됐고 4월 22일에 뒤늦게 1군에 합류했다. 그 전까지 8승 9패를 기록한 한화는 정근우 복귀 후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기록했다. 만약 개막전부터 정근우가 함께했더라면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은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정근우는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6 148안타 12홈런 66타점 21도루 출루율 0.403를 기록하는 등 변함없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리그 최고의 2루수 역할을 다했다.
한화의 4번타자 김태균도 3할이 넘는 타율과 21개의 홈런 104타점을 올리며 제 역할을 다했다. 득점권 타율도 0.353를 기록하며 찬스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였고 104타점은 2004년(106타점)이후 개인 최다 타점이다. 한화는 시즌 종료 후 FA시장에 나온 김태균과 재계약을 하며 붙잡았다. 2001년 1차 지명 선수로 입단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2008년 홈런1위, 2012년부터 3년 연속 출루율 1위를 기록한 한화의 대표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에게 4년 총 84억원의 거액을 안겼다. 김태균은 “나의 고향인 한화와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처음부터 한화를 떠난다는 생각은 없었다. 끝까지 의리를 보여준 구단에도 감사드린다. 2016시즌 팀의 우승을 위해 희생하겠다. 한화이글스 팬 여러분들에게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라며 한화에 대한 애정과 팀 우승의 열망을 드러냈다.
한화팬을 위해 다시 홈런포를 쏘아올린 최진행
한화 중심타선을 책임지는 우타거포 최진행은 10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 18홈런 6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타자로 쏠쏠한 활약을 하였다. 하지만, 최진행은 2015년 6월 25일 금지약물복용 적발로 30경기 출장정지를 당하며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들어야 했다. 징계를 받기 전까지 타율 0.301 홈런 13개를 날리며 전반기 동안 팀의 순위싸움에 큰 역할을 했던 최진행은 한순간의 잘못된 행동으로 전반기를 일찍 마감하며 팀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 당시 한국야구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5월 실시한 도핑테스트 결과 최진행의 소변 샘플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규정상 경기기간 중 사용 금지 약물에 해당하는 스타노조롤(stanozolol)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스타노조롤은 세계도핑방지기구가 발표한 세계도핑방지규약 2015 금지목록 국제표준에 속해있는 금지약물 중 하나다. 경기 중 뿐만 아니라 경기장 바깥에서도 상시 금지되는 약물로, 동화작용남성호르몬 스테로이드(AAS)에 속한다. KBO는 반도핑 규정 6조 1항에 의거 최진행에게 30경기 출장 정지의 제재를 부과하고 한화 구단에게도 반도핑 규정 6조 2항에 의거 제재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최진행은 2015년 4월말 한 지인으로부터 미국제품인 근육강화제를 받았다. 최진행은 본인 나름대로 꼼꼼히 확인해서 지인으로부터 받은 근육강화제를 먹어도 문제없다는 판단이 들어 3~4차례를 복용했다. 그러나 이 근육강화제는 식약청에서 통과한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한 구단 트레이너가 약물 사용 주의를 당부했을 때 이미 복용을 한 상태였다. 보통 3주 정도 체내에 남아있는데 하필 5월에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된 것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최진행의 마음 고생이 크다.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 부주의로 인해 걸린 것이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5년 8월 12일 최진행은 징계가 해제되어 50일 만에 1군 복귀전을 치렀다. 최진행은 KT와의 원정경기에서 팀이 2-0으로 앞서 있는 1회초 2사 주자 1루 상황에서 복귀 첫 타석을 가졌다. 최진행은 복귀 전날 인터뷰 때 “야구팬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앞으로 늘 잘못을 반성하면서 하루하루 겸손하게 땀흘려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최진행은 자신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복귀전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관중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최진행의 인사에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박수로 화답하며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 그리고 최진행은 복귀 첫 타석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7-0으로 한화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타석에 들어선 최진행은 2회 1사 주자 1,3루에서 2타점 2루타를 기록하며 화려한 복귀신고를 했다. 이날 2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을 기록한 최진행은 3회 갑작스러운 두통과 탈진 증세로 교체되었고 병원으로 이동해 링거를 맞기도 했다. 한화 관계자는 최진행이 긴장에 의한 두통으로 교체됐다고 전했다. 최진행은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서니 긴장이 많이 됐다. 다른 생각 없이 집중하자고 노력했는데, 타구가 넘어가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 했다.”면서 “덕아웃으로 들어오는데,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해주는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울컥했다. 팬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복귀 소감을 밝혔다.
한순간의 잘못된 행동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은 최진행. 그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만회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설령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다. 공정한 스포츠정신에 위배 되는 약물 복용은 국내 프로스포츠 정서상 상당히 민감한 문제에 속한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몇몇 슈퍼스타 출신들도 약물복용과 관련된 문제로 선수시절 내내 ‘약물’이란 꼬리표를 달아야 했으며 그들 중 상당수는 많은 팬들에게 비난을 들어야 했다. 잠깐의 부주의로 인한 잘못된 선택과 그로 인한 차가운 시선들을 모두 견디며 남은 선수 생활을 하게 된 최진행. 그러나 자신을 아껴준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력을 선보여 팀의 승리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한 번 따뜻한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여전히 한화 타선에는 최진행의 힘이 필요했다. 2010년부터 한화 중심타선을 책임지며 암흑기 시절 뛰어난 장타능력을 선보인 최진행. 그의 방망이에서 나오는 홈런 한방은 암흑기 시절 한화팬들의 위안거리였다. 여전히 그의 홈런을 보고 싶어 하는 팬이 있었고,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을 위해 최진행은 다시 한번 홈런포를 날릴 준비를 하였다.
한화팬에게 감동을 선물한 돌아온 뭉치 정현석
한화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긴 또 한 명의 선수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2015년 8월 5일 1군에 처음 복귀한 외야수 정현석이었다. 2013시즌 121경기에 나서 타율 0.287 4홈런 27타점을 기록하는 등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나름 쏠쏠한 활약을 해온 정현석은 2014시즌을 마치고 큰 시련을 맞이했다. 한화는 시즌 종료 후 삼성에서 FA로 배영수를 영입하며 보상선수를 삼성에 내줘야 했다. 삼성은 2014년 12월 15일 배영수의 보상선수로 정현석을 지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현석이 위암 초기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정현석은 2014년 12월 8일 한화 구단에서 실시한 선수단 정기 건강검진에서 위암 초기 판정을 받았고 그로부터 4일 뒤인 2014년 12월 12일에 위절제술을 받았다. 정현석의 삼성행은 난관에 부딪혔다. 한화와 삼성은 정현석의 이적 문제 합의 결과, 삼성에게 보상선수대신 보상금 5억 5천만원을 주며 정현석을 재영입하기로 결정하였고, 정현석은 한화에 그대로 남게 됐다.
정현석은 암세포가 자라난 부위를 포함해 전체 위의 3분의 2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9일간 입원했다가 2015년 1월 중순부터 2월까지 제주도, 강원도 등에서 요양하며 회복의 시간을 보냈다. 불행 중 다행 인 건 암이 매우 초기에 발견됐었던 것. 그 덕분에 위절제술만 하고, 추가 항암치료는 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한화 선수들 모두 한마음으로 정현석의 건강한 복귀를 기원했다. 한화 선수 전원은 스프링캠프 당시 모자에 ‘뭉치’라고 적으며 하나로 뭉치자는 뜻과 함께 뭉치라는 별명을 가진 정현석의 쾌유를 빌었다.
마침내 8월 5일 기다리던 1군 복귀를 하게 됐다. 한화가 SK 상대로 1 대 7로 뒤진 5회말 수비부터 경기에 나선 정현석은 7회 복귀 첫 타석에서 안타를 날렸다. 이어진 7회말 수비에서는 상대타자의 홈런성 타구를 점프캐치로 잡아냈다. 9회에는 시즌 첫 타점을 올리는 적시타까지 날리며 정현석 개인으로서는 최고의 날을 보냈다. 상대팀 SK에서도 ‘정현석 선수의 건강한 복귀를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전광판에 띄우며 동업자 정신을 선보였다. 정현석은 이날 1군에 돌아오기까지 수많은 시련들을 겪었으나 그 과정 속에서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본인의 강한 정신력으로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014년 12월 12일 위 절제술을 받은 이후 정현석은 “머지않아 건강하게 1군 무대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채 조용히 재활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내와 단 둘이서 1월 중순부터 제주도와 강원도 등지에서 요양을 하며 몸을 추슬렀다. 정현석은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정현석은 “정말 주변의 도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것 같아요. 아내를 비롯한 가족은 제가 포기하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힘이죠. 또 재활군과 육성군에서는 코치님들께서 저만을 위한 특별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셨어요. 뿐만 아니라 팬과 동료들 그리고 ‘이글스’라는 팀에 대해서도 정말 절실하게 소중함을 느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화 팬과 팀동료들 그리고 ‘한화 이글스’에 대해서도 절실하게 소중함을 느꼈다고 밝힌 정현석. 마찬가지로 한화 선수들 그리고 한화 팬들에게도 정현석의 존재는 소중했다는 것을 2015년 8월 5일 그의 1군 복귀 무대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개막 후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싸우며 몸과 마음이 지칠 법한 한화 선수들과 그리고 하루하루 뜨거운 응원을 해온 한화 팬들에게 8월 5일 이날만큼은 팀 승패와 상관없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하루이지 않았을까? 승부의 냉정한 세계가운데에, 오직 승자만이 기억되고 웃을 수 있는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 이날 정현석의 복귀는 모든 한화 선수들과 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기며 ‘승리만이 꼭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려 주었을 것이다. 치열한 순위싸움 속에서 승리와 패배를 번갈아하며 서로서로 조금씩 지친 마음과 피로감을 느꼈을 한화선수들은 이날 정현석의 복귀로 잠시 힐링의 시간을 가졌고 다시 서로 힘을 모아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으로 삼지 않았을까?
선수들의 아버지 김성근 감독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력에는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도 상당히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한화에 부임하자마자 김 감독은 김광수 수석코치, 다수의 일본인 코치 등 12명의 코치를 새롭게 데려오며 주목을 받았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침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아마 내가 훈련 중 돌아서서 메모하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사실 여기서 어느 선수를 서산으로 보낼까 싶어서 고민한 것이다. 그런데 선수가 안 된다고 2~3군으로 다시 돌려보내면 그건 지도자가 잘못한 것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믿음이 있어야 한다.”며 선수들 모두를 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솔직히 버릴 아이는 많지만 얘네들을 어떻게 해서든 써야 한다. 여기서 나를 만난 걸 30년 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그 사람 만나 인생 망가졌다’는 소리는 정말 듣고 싶지 않다. 30년 후 20~30대 지금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조금이라도 배웠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것이 위의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라고 밝히며 선수들 각자에게 배움과 후회 없는 인생을 선물할 것을 약속했다. 김 감독은 “일본인 코치들을 많이 데려온 것도 그런 이유다. 조금이라도 더 가르쳐줄 수 있다”며 “1군 뿐만 아니라 2~3군에도 일본인 코치들을 보낼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화려한 1군 생활과 거리가 먼 2군, 3군에서 치열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들에게 하나의 희망을 선물하려는 김 감독의 따뜻한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수를 함부로 포기하면 안 된다. 선수 하나 뒤에 식구가 몇 명 있나. 선수 하나를 키우기 위해 가족들은 20년 넘게 투자했을 것이다. 지도자라면 어떻게든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수를 보고 안 된다는 것 자체가 리더의 태만이다”라는 자신만의 소신을 밝혔다.
이런 김성근 감독의 소신이 모든 한화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강한 지옥훈련을 시키기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 그리고 냉정한 승부사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선수들 하나하나를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때로는 엄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선수들을 대하며 선수들을 더 강하게 만들고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모든 한화 선수가 김성근 감독에게는 아들이었고,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좋은 것을 입히고 맛있는 것을 먹이고 좋은 곳에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이 김성근 감독에게는 있었다. 선수들은 김성근 감독의 진심을 알았기에 혹독했던 스프링캠프 훈련들을 모두 잘 소화하며 기량발전을 이뤘고 144경기의 긴 정규리그 대장정을 멋지게 달릴 수 있었다. 한화선수들과 각 파트에서 선수들을 아낌없이 지도한 코칭스태프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으며 후회 없는 2015시즌을 마무리했다. 김성근 감독과 코칭스태프 및 선수 전체 그리고 ‘최강한화’를 외치며 144경기 동안 뜨거운 응원을 보낸 한화팬들은 행복한 2015년을 보냈다.
시즌이 끝나고 한화는 4번 타자 김태균, 베테랑 포수 조인성의 재계약과 함께 'FA 시장‘에서 추가로 2명의 투수를 새로 영입했다. 리그 최정상급 좌완 셋업맨 겸 마무리 정우람(4년 총 84억)과 선발과 불펜을 둘 다 소화하는 마당쇠 심수창(4년 총 13억)을 영입하며 마운드를 한층 두텁게 만들었다. 후반기 리그를 주름잡았던 에스밀 로저스까지 총액 190만 달러(당시 기준 역대 KBO 외국인선수 최고액)에 재계약을 안기며 2016년 높은 곳을 바라보는 한화였다. 내일을 꿈꾸는 독수리군단의 날갯짓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