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

기대가 뒤섞인 질문

by 부귀영화

스물한 살 어른이인 나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 짝을 찾아 연애를 시작하고, 나는 그들의 관계가 정말 ‘사랑’인지 의심하게 된다. 많은 경우가 그저 외로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처럼 보인다. 마치 혼자 있기 불편한 사람들이 서로의 자리를 임시로 채워 넣는 듯한 느낌. 때로는 과시욕이 덧칠된 형식적 관계처럼도 보인다.


그런 그들이 우스워 보일 때도 있다. 유치원생들이 결혼 놀이를 하며 들떠 있는 모습을 보는 어른들처럼 나도 그들이 유치하기 그지없어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내 판단이 얼마나 허약한지 깨달았다. 아이들이 하는 작은 소꿉장난 같은 사랑도, 그들에겐 그들의 전부이지 않겠는가. 설렘의 크기가 몸집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듯, 그들의 사랑 역시 그들에겐 진짜다. 그렇다면 내가 우스운 눈으로 바라본 친구들의 연애도, 결국 그들의 세계에선 그들만의 진심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문제는 그들이 아니라 나다. 연애를 해보지 않은 내가 사랑을 논하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인정하게 된다. 모태솔로들의 흔한 특징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연애가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사랑이 하고 싶다. 내게 다른 이들이 말하는 ‘연애’의 과정은 매력적이지 않다. 사소한 오해에 휘둘리고, 말 한마디에 기분이 출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일상을 잡아먹는 그 구조 자체가 피로하게 느껴진다. 물론 사람 둘이 만나면 충돌이 생기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충돌 자체가 관계의 본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연애를 시작한 친구들은 종종 말한다. “연애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거야.” 하지만 나는 그 말을 선뜻 믿지 못한다. 상대를 알아간다는 과정이 왜 늘 싸움, 오해, 감정 소모의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가. ‘알아가는 것’이 그렇게 투박한 방식으로만 가능하다는 말인가. 사랑을 해본 적 없어서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보여지는 모습이 지나치게 소란스러워 보이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돌아보면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시선이 붙들린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사랑을 말하는 일이 어딘가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향한다는 건 결국 여유의 문제이고, 타인을 바라볼 여유, 감정을 움직일 여유, 내가 아닌 누군가를 세계의 일부로 넣을 수 있는 여유는 상당한 것이다. 나는 아직 그 여유가 없는 사람인 것이고, 그래서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가끔 부럽다. 그 마음의 순도는 어떤 종류의 힘과도 바꿀 수 없는, 설명 불가능한 자원처럼 보인다.


내가 시시하다고 여긴 소소한 다툼들조차, 어쩌면 사랑을 구성하는 과정일 수 있다. 감정의 표면에서 튀어나오는 불안과 서운함 역시, 누군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엔 유치한 소란처럼 보였던 것들이, 사랑의 초보적 언어였을 가능성도 있다.


아직 나는 그 언어를 모를 뿐. 그러나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사랑을 제각각의 속도로 배울 것이기에. 어떤 사람은 빠르고, 어떤 사람은 더디듯, 누군가는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알아가고, 누군가는 외로움 끝자락에서 조금씩 문이 열릴 것이다. 나는 지금 그 문턱에조차 서지 못한 상태일지 모르지만, 그조차 부끄럽지는 않다.


나에게 사랑은 억지로 찾아올 일도, 억지로 만들어낼 일도 없다. 세계가 조용해지고, 내 삶에 여유가 스며들기 시작할 때, 그때쯤이면 나도 누군가를 향해 시선을 둘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유치하다고 여긴 연애의 다툼조차, 그때가 오면 사랑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지금은 다만, 그런 변화가 내게 올 수 있기를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사랑합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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