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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년서원 Oct 22. 2024

나의 해방일지

어떤 시작의 끝맺음

한 개인의 서사가 얼마만 한 힘을 가질 수 있을까요? 글쎄요, 기대가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50년 가업을 꾸려오면서 전통을 지킬 수 있다는 것에 마지막 자존을 걸었던 때가 있어 그 의미만으로도 좋았습니다. 가업과 함께한 나의 젊은 날 히스토리가 이렇게 브런치에 남네.  반백 년(50년)의 가업을 어떤 용기로 내려놓았는지 다시 생각해 봐도 역사적 대사건이었다는 것에 전율을 느낍니다. 지금 시점은, 가업을 받은 사람이 짊어져야 했던 중첩된 시간의 무게도 사라지고 바야흐로 지나간 과거형이 되었습니다. 제 아무리 거창했던 삶 일지라도, 아무리 깊은 체험적 진리를 깨달았을지라도 한낱 개인으로서의 체험과 체득일 뿐, 이제는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며 연재를 마치려 합니다. 


 세상일이라는 것은, 단순한 한 줄로 된 이론이 아니었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려 얻을 숫자놀이도 아었습니다. 그냥 모든 것을 운명이라고 명론에 떠 넘길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세상과 삶 인생의 함수관계엔 어떤 것이 존재할까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삶이란, 어떤 합일점 만나는 지점까지는 꼼짝없이 가야 하는, 협곡사이로 떠내려가는 숨 가쁜 급류 타기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전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없습니다. 물에 빠지면 물을 먹고, 바위에 부딪히면 피멍 들며 하류까지 가야 속도를 멈추는 액티비티 그 자체입니다. 저라고 급류에서 무사했을까요?






 

가업을 정리하기로 하고 주어진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과 자랑에서 벗어나 곧 새로운 삶의 유형에 접속했습니다. 내 것을 내려놓고  말 그대로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유유하게 운명으로부터 작별했습니다. 자영업의 위험부담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어제의 익숙함이 주었던 모든 것을 뒤로한 삶의 반전은 일상 속에서 나만의 '화양연화'가 되어주었고, 어떤 옵션에서도 거뜬히 통하는 처세술이 되어 주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면, 이렇게 바뀐 삶에서는 어떤 악조건이 추가된들 더 이상 무의미 했으며, 무슨 일을 하던 하루하루가 모두 여행이 되고, 추억이 되고, 배움이 되면 좋다는 마음으로 다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가업이 었던 순간 나의 해방일지가 시작되었던 순간입니다.


가업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잘못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옛날부터 있던 단골손님은 이미 확보된 고객이 아닙니다. 가업이라고 해  손님까지 물려받지는 못합니다. 행정이 바뀌는 순간부터 손님은 업주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 재구성됩니다. 신기하게도 업주가 젊으면 젊은 손님과 합이 맞게 되고, 업주가 나이가 지긋하면 손님도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로 매칭이 된다는 것 상식으로 알고 가면 좋을 것 같습니. 제아무리 2세라 해도 바통을 받는 순간부터 비즈니스는 전혀 새로운 형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인지하시면 손익계산에서 오차범위 줄일 수가 있습니다. 철저하게 나의 손님들로 운영해 보았기에 드리는 글입니다.





'가업을 접고 봉급생활자가 되었습니다'라는 주제로 10편의 글을 쓰면서  무거웠던 어떤 것을 털어내고 복잡했던 세상과의 신변정리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20년의 경영일기 풀어본 10편의 글 부족했 지나간 시간들  이름표를 붙여보는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이습니다. 긴 여정 끝에서 그곳에 두고 온 내 젊은 날의 초상과  만났습니다. 그것만으로 만족합니다.


백가지 마음을 다스리며 함께 고생한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양심에 따라 열심히 숭고하게 살아온 삶의 현장에 남편과 함께서 든든했습니다. 20년에 걸쳐 졸업해야 하는 인생종합예술학교를 부부 같이 졸업을 하였습니다. 개인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살아낸 나의 업무 파트너 남편에게 무한 자유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남편에게 딱 어울리는 로고와 함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지금 이때를 놓치지 말고 거침없이 떠나보기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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