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시간과의 놀이가 아닐까! 불현듯 스치는 시간이란 공간에 대한 성찰을 해본다. 좀 더 깊게 파면, 시간과 사투를 벌일게 아니라 시간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는 동안 각자 쓸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쓰는 것만큼 확실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시간을 만든다? 시간 생산자다. 나는 내 시간을 창조하고 있었구나. 그전에는 보통사람으로 살면서 늘 시간을 소비하고 축내며 살고 있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산자의 관점으로 생각을 고쳐 먹고부터 내 시간, 내 삶의 의미가 더욱 고무적인 가치로 올라가고 있다.
정년을 앞둔 5060들의 퇴직자수가 80만 명이다. 가업을 접고 봉급생활자가 되어 재빠르게 적응하고 있지만 나 또한 은퇴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정년이라니... 하루아침에 경제활동 인구에서 피부양 인구로 넘어간다는 게 남의 일만 같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일은 아니기에 정년의 입장에서 삶을 재조율 해야 할 것 같다. 해마다 불어나는 퇴직자들은 어떤 식으로 현실 적응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전년도 누적자수와 합친다고 보면 대단한 숫자다. 길고도 먼 100세 살이에 슬며시 걱정이 들어온다.
백세시대!
은퇴 후 50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사실은 나도 막연하다. 풀어나가는 건 각자의 방식과 각자의 몫이겠지만 백세 시대에 직면한 5060 은퇴자들의 공통된 최대 관심사 세 가지는 나이 듦, 건강 그리고 직접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 생활비가 아닐까? 삶의 질이야 정하기 나름이지만 한 가구당 부부의 경우 60대는 월 260만 원, 70대는 160만 원, 80대는 월 120만 원 선이라는 통계치가 있다. 은퇴 후 노년의 삶이 불안하다는 염려는 경제력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남편이 올 초부터 국민연금 수급자가 되었다. 젊어서 꾸준히 불입한 결과로 노후준비 최저 1단계는 되었지만 돈이라는 것의 본질이 '다다익선'인지라 여지(재취업)를 항상 열어 놓고 있다. 나도 전문직이라 취업전선이 아직은 괞찮다. 하지만 매년 80만 명씩 은퇴자들이 가세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같은 퇴직자들 무리에서도 무한 경쟁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청년일자리보다 더 치열할지도 모를 일이다.
은퇴라는 뒤안길에 보란 듯이 기대치에 부도가 나고 있다. 그 허울 좋은 비경 뒤에 숨겨진 자갈밭길은 운동화끈을 고쳐 매게 한다. 5060 세대의 한 사람으로 60년을 살아가고 있지만 청년과 노년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샌드위치 인생을 산다. 죽도록 고생하고 산 그때를 오히려 좋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이 현실은 뭘 의미하는 걸까. 툭하면 '나 때는 말이야~'로 옛것에 연연하는 5060들을 마주하다 보면 책임감 하나는 국보급이다. 속 없는 '인간 연어'들이 많은 이유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삶이 체질화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은퇴라는 나이는 평생의 성적표와도 같다. 연금도 불입한 만큼의 혜택이 있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빈손이다. 삶에 정답 또한 없다. 정년의 나이에 인생 성적표를 받았지만 늘 최선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정년을 기점으로 지금은 삶에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손익분기점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돌아보지 말자.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노년이라고 기회가 없진 않으니까!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봐도 백세인생에는 자체 피드백이 불가하네요. 말이 길수록 변명만 늘어납니다. 결론은 뭐니 뭐니 해도 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