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시어머니의 하녀
이번 주 동안 나는 먹은 것도 없이 너무 아파 물도 제대로 못 마시며 힘들어했다.
물을 포함 음식물이 내 몸속으로 들어가면, 누가 내 배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이 아팠고 잠시 뒤 나는 화장실에서 꼼짝 못 하는 신세였다.
자다가도 명치끝쪽이 아파 일어나 “아 혹시 맹장 터진건가?!?! 미국에서?!?!!”를 10번정도 의심하고 화장실 두 어번 더 다녀오고 나서야
비로소 잠을 잘 수 있었다...
내가 아픈 동안, 옆에서 나의 남편도 같이 아프기 시작했다.
눈치 없는 시어머니는..
우리가 서로 늘 얼굴을 가까이하고, 서로 애정행각을 하기 때문에 한 집에서 우리 둘 만 아픈 거라는 망언도 잊지 않으셨다.
아, 그리고 곧 혼인신고를 앞두고 너무 설레여 아픈거라는 멘트도 하셨다.
(결혼 앞두고 설레임때문에 한 3일간 화장실에서 못나오는 커플이 진짜 있나요 여러분? 몰라서 질문합니다..)
이틀 동안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간간히 물만 마시며 속을 비워내는 시간을 가졌다.
시어머니가 진짜 우리가 혼인신고와 동시에 이혼도장을 찍는 것을 보고 싶은 건가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이틀간 굶고 속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아서 나는 참치 캔 하나를 넣고 죽을 끓여 먹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아침이자 점심이자 저녁이자, 2-3일 만에 먹는 첫 “음식”이었다. (물 제외)
나의 시어머니는 본인이 세상의 중심이자, 모든 관심과 모든 것은 본인을 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시다.
그러기 때문에 본인에게 내가 늘 먼저 식사 메뉴를 물어보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시다.
시어머니에게 나는 예의상 “저녁 식사 안 하세요?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라고 질문했다.
시어머니는.. 나의 참치죽이 드시고 싶다 하셨다.
내가 손을 벌벌 떨며 끓이고 있는 이 참치죽을 좀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셨다.
... 내가 서서 혼자 요리할 힘도 없는데.. 먹고살겠다고 이틀 만에 겨우 일어나 죽을 끓이는데 옆에 와서 훈수 두시다가..
본인이 그걸 드시고 싶단다..
어머님 그러면 저는 뭐 먹어요.. 아픈 사람 아니길래 아픈 사람 수에 맞춰서 죽을 끓이는데... 갑자기 본인도 그거 먹겠다고...
내가 처음에 죽 끓이려고 당근을 좀 썰고 양파를 썰때, 본인은 본인이 알아서 먹을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냉동 비빔밥도 있고 브리또도 있고 뭐가 많다며 본인은 안 아픈데 젊은애가 왜 이리 아프냐고 나를 타박했다.
본인은 어린애가 아닌데 기분 나쁘게 왜 애 취급을 하냐며 잔소리도 잊지 않으셨다.
.. 죽이 다 완성될 때쯤 갑자기 “나도 그거 먹을래. 나 줄 거지?”......?????????????
이틀 동안 정말 물만 마신 나는, 속으로 음식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죽도 힘들게 내가 끓였지만..
정말 문자 그대로.. 죽 쒀서 남 줬다...
그다음 날 늦잠을 잔 나는, 아침 겸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하고.. 아픈 날 먹는 파스타를 해 먹기로 했다.
그 전날 죽을 먹고 소화가 되는 것 같아서 좀 더 단단한 음식을 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나의 시어머니는 본인도 똑같은 것을 먹을 테니 따로 밥 차릴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이게 배려.. 뭐 그런 건가?
아픈 날 먹는 파스타는.. 면삶고 올리브 오일 조금+파마산 치즈(혹은 치즈가루) 조금을 넣고 잘 버무리기 혹은 볶은 파스타이다.
거기에 나는 약간의 소금을 첨가한다. 몸에 염분이 너무 없는 듯하여...
본인도 처음엔 파스타 면만 삶아주면, 집에 이미 있는 소스 들을 부어서 본인껀 따로 먹겠다고 그랬다.
그러면서 좁은 부엌에서 요리하는 사람 앞 뒤로 왔다 갔다 거리시면서 냉장고를 열어젖히고 본인의 식사를 알아서 준비하시는 듯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우리가 먹는 거랑 똑같은걸 먹겠다고....
파스타를 먹고 좀 더 힘이 난 나는, 그다음 날 구운 닭 가슴살을 먹어보기로 했다.
시어머니는 역시 본인도 그것을 먹겠다고 하셨다.
메뉴가 마음에 안 들지만, 따로 먹고 싶은 게 생각나지 않으니 먹겠다는 말과 함께....
..... 시어머니는 내가 아프던 말던 관심이 없다.
그냥 본인이 식사 차리기 싫고, 본인이 해 먹기 싫고, 동양에서 온 “며느리”가 해주는 걸 먹고 싶으신 게다.
날 전용 요리사로 생각하시는 걸까.. 아님 하녀라고 생각하시는 걸까.. 아니면 아들을 뺏어간 여자라고 생각하시는 걸까..
아프고 몸에 힘이 없어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나에게, 시어머니는 내 얼굴에 김밥 마는 기계(?)를 들이대며 김밥이 드시고 싶다고 명령을 내리셨다.
.. 어머님 제가 소화가 안돼요.. 김밥이라뇨...
본인의 아들에게 병을 옮긴, 쳐 죽일 년인 나는 오늘도 저녁을 차려야 한다.
늘 내가 저녁식사를 어찌할 건지 묻지를 않으면 하루 종일 식사를 안 하고 눈치를 주신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나는, 시어머니의 이런 눈치가 나에게 위경련, 과민성 대장증후군, 위염, 장염으로 다가오며..
지금도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나랑 신랑이 보는 유튜브 동영상을 똑같이 보시며 하나하나 잔소리+본인 잘난 척+본인 지식 뽐내기를 시전 하는 시어머니가 매우 싫고 부담스럽다.
현재 미국은 오후 5시 35분이다(시애틀 시간 기준)
시어머니는 개들 밥을 진작에 먹인 후, 귀에 이어폰을 꽂으시고는 대화를 단절하셨다.
= 그 말은 즉, 내가 알아서 저녁 메뉴를 생각 한 뒤에 어머님께 허가를 받고, 어머님 허가가 떨어지면 그녀의 방식에 맞게 요리를 해 드려야 한다..
... 오늘도 저녁식사 메뉴 선정+요리+밥상 차리기는 나의 몫이며...
시어머니의 “어머 너 아픈데 이런 게 다 뭐니~ 설거지는 내가 하마. 아, 근데 나 어깨가 아프네?”를 듣고 감당해내야 한다.
내일은 나의 court wedding(미국식 혼인신고 날)이다.
내일도 차멀미를 타령하며 운전자인 신랑 옆자리를 선점할 시어머니 생각에 잠이 안 올 예정이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행복한 가정에 끼어든 나쁜 동양 여자애가 본인의 귀중한 아들 옆에 앉는 꼴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믿고 먹어보는 멜라토닌... 너만 믿는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데, 왜 나에게만 이런 손실이 발생하는지 너무 궁금하다.
나는 뜻밖의 미국으로 이주를 온 것이면 충분한 손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가 한참 더 물러서고 포기하고 내 기준을 낮춰야 한다. 왜 그럴까..
글을 더 쓰고 싶지만.. 저녁 메뉴를 생각해야 하고 밥을 시간 맞춰 내와야 하는 나는 이만 글을 줄여야겠다..
오늘도 명치끝이 아프다... 그것도 시어머니가 입 여실 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