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결혼식에 코멘트 달지 마시라고요, 어머님!
나의 시어머니는 정말 특이한 모성애를 가지고 계신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녀들의 애견님들에겐 "나는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넌 너무 완벽해!" "넌 너무 예뻐!"등을 정말 큰 소리로 말씀하시고는.. 뒤돌아서 서는 본인이 배 아파 낳은 하나뿐인 아들에겐..
각종 이상한 저주의 멘트를 쏟아부으신다.
"네가 뱃속에 생기지만 않았어도 나는 미국에서 당시 최고로 잘나가던 역사학과 박사학위 과정을 가는 거였는데"
"난 널 원하지 않았어. 네 아빠도 이미 나이가 55세여서 널 원하지 않았어"
"넌 미숙아로 태어났지" "넌 유전자적으로 특이해(genetic freak)"
......이게 본인 친자식에게 할 말입니까 여러분?
그래놓고 아들이 밖에서 뭘 먹고 다니는지,
밖에서 본인의 아들이 아들의 와이프와는 뭘 하고 다니는지를 그렇게 캐 물으신다.
모순이 모순이... 정말 가득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이 매력~
아~~~~~
나의 미국에서의 공식적인 혼인 신고식=결혼식(court wedding) 이후에 나는 좀 더 과감하게 나가고, 나를 위한 법적 보호장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어머니의 막장 행동이 정도를 심하게 지나쳤기 때문이다.
나의 결혼식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는 내가 입은 드레스가 서울 지하상가표 짝퉁이라고 댓글을 다는 둥, 며느리 예쁘다는 댓글에 "미국에서 체류 가능한 비자가 만료되어가서 결혼했지 뭐야" 등등의 나를 공식적으로 욕하고 험담하는 식의 댓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미국에 막장 리얼리티쇼를 주로 방영하는 TLC라는 방송국이 있다. 그 방송국에서 90 day fiance라는 쇼를 메인 상품으로(?) 주력화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사고 시청률을 올리는데...
그 쇼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이 주로.. 미국으로 이민 오려고 미국 사람을 꼬셔내 나이차가 많은데 결혼하는 사람들.. 약혼자 비자를 받아서 미국 오는 사람들 이야기...를 주로 다룬 이야기다. (물론 방송국에서 많은 각색을 했고 과장을 많이 해 논란도 많은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그만큼 인기도 많다) = 거기 나오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비자를 했다. = 시어머니가 나보고 매일 거기 나가보라고 그렇게 약을 올리신다.
3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는 내가 미국으로 이민 오기 위해 자기 아들을 꼬셔내 결혼했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시다.
뿐만 아니라.. 본인 사촌들과 형제들에게 단체 문자로 나의 결혼식이 작고 협소하다 못해 더 작았다(tiner than tiny)라고 흉보다 나에게 딱 걸렸다.ㅎㅎ
분명.. 나와 결혼식 작게 하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court wedding(미국식 혼인 신고식)만 하고 한국에서 작게 한 번하고 끝내기로 합의를 봐놓고서는....
뒤에서 사람들에게 다른 이야기와.. 내가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문화 차이가 너무 심하다.
본인 말이 맞고 본인이 정답임을 주장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며느리(=나)가 영어를 너무 못해서 힘들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 다른 사람들과 나와의 상호작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 다른 사람들은 나를 정말 미친 사람으로 보는 효과가...
코로나 시국이라 더더욱 결혼식은 작고 협소하게, 워싱턴 주 법이 필요로하다고 요구하는 5명(신랑, 신부, 주례(판사님), 증인 2명)만 모여서 결혼식을 해야함을 한 달을 설명을 드렸는데도....
시어머니는 판사님 없을때 몰래 파티를 열자는둥, 모두를 초대해서 뭘 하자는 둥...
그동안 합의를 본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다.
그래도 그걸 무시하고, 원래 계획대로 밀어붙이는 내가 마음에 안드셨는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이제야 막 본인의 아들과 결혼한 외국에서 온 며느리를 흉보는 꼴이라니...
걸리지나 말지.....
그 덕분에 나는 공식 결혼 첫날부터 악몽을 꿨다.
나의 court wedidng 날에도 시어머니는 나 홀로 주인공이었다. 내가 제일 잘나가~를 거기서도 시전하셨다.
코로나 덕분에 주례로 모신 판사님도, 증인으로 모신 신랑 친구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조심히 하는 가운데에.. (워싱턴주 법에 따라 증인 2명 필참)
혼자만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 백신 타령을 하시며.. 나의 결혼식에도 그녀가 주인공이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시어머니의 역겨운 행동에 신나게 구역질을 하고 나서..
나는 노트북들 틀어.... 혹시나 법적 효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각서를 작성했다. (남편 싸인 필참)
각서 안에 내용은 혹시나 생길 아이의 양육권, 이혼을 하는 사유는 전적으로 시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며, 언제까지 독립하지 못할 시 자동으로 이혼하며 내가 타고 온 비행기 클래스와 동일한 편도 항공권을 끊어주며 날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이야기를 잔뜩 적었다.
실컷 적고 나니 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각서를 다 적고 프린트하고.. 신랑에게 사인하고.. 그 다음날 공증을 받으러 가는데.. 한편으로는 마음이 착잡했다.
한 평생 친엄마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 엄마에게 그러지 마시라는 한마디 하기가 정말 힘든 남자.
한 평생 본인이 가는 모든 자리에서 싸움을 만들고, 신랑이 어릴때 애 학교 교장 선생님까지 고소해가며 본인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여자.
여기에 갑자기 확 들어온 아무것도 모르는 나.
복잡하다. 복잡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