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전부인 세상, 그녀는 거짓으로 응수했다”
요즘 세상을 보면 거짓이 진실보다 더 힘을 가진 듯하다. 기업 비리, 조작된 정보, 부의 세습 같은 단어가 뉴스에서 매일 반복된다. 사람들은 속지 않으려 애쓰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이용당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통쾌하게 “거짓으로 거짓을 무너뜨린” 한 드라마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로, IQ 165 자산 100조 상속녀가 범죄 조직을 상대로 벌인 대담한 복수극 TV조선 ‘컨피던스맨KR’이다.
드라마 속 윤이랑(박민영)은 부와 권력의 정점에 선 ‘라인그룹’ 총수의 외동딸이자 유일한 상속녀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살아가지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도파민에 중독된 듯한 쾌감형 소시오패스, 그러나 목표는 명확하다. 나쁜 놈만 골라 속인다.
그녀의 삶이 사기극으로 변한 건 아버지를 잃은 어린 시절의 사건 때문이다. 그 배후에는 거대 건설 조직의 수장 강요섭(김태훈)이 있었다. 윤이랑은 아버지를 잃은 그날부터 복수를 준비했다. 돈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에게, ‘거짓’으로 갚아주는 것이다.
그녀와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은 두 명이다. 어린 시절 경호원이었던 제임스(박희순), 그리고 섬마을 민박집 주인이었던 명구호(주종혁). 각자의 상처와 죄책감을 품은 이들은 ‘팀 컨피던스맨’을 결성하고, 한치의 실수도 없는 작전을 시작한다.
마지막 작전은 강요섭을 향한 완벽한 복수였다. 가짜 계약, 조작된 딥페이크 영상, 함정 자백. 모든 것이 치밀하게 설계된 시나리오였다. 윤이랑은 그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일부러 팀이 와해된 척까지 했다.
결국 강요섭이 “너 때문에 네 아버지가 죽은 거야”라며 총을 겨누던 순간, 반전이 시작됐다. 그가 믿었던 압둘라의 정체는 위장한 제임스였고, 윤이랑은 옷을 벗으며 “반대로 당해보니까 어때?”라고 말한다. 통쾌함이 폭발한 장면이었다.
강요섭은 결국 스스로 무너졌다. 윤이랑의 작전은 완벽했다. 악을 향한 정의가 사기로 완성되는 아이러니. 이 드라마는 바로 그 모순의 쾌감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컨피던스맨KR’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2018년 방영된 일본의 원작 ‘컨피던스JP’를 기반으로 했지만, 한국판은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재탄생했다. 남기훈 감독과 홍승현, 김다혜 작가가 만든 연출은 가볍지 않으면서도 재치 넘쳤다.
TV조선과 쿠팡플레이에서 동시에 방영됐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240개국에 공개됐다. 공개 직후, 아마존 프라임 TV쇼 월드와이드 TOP8을 기록했고, 쿠팡플레이 드라마 부문 TOP3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국경을 넘어선 케이퍼 코믹물의 힘이었다.
12부작 동안 배우들은 총 36번의 캐릭터 변신을 보여줬다. 박민영은 카지노 사장부터 대륙 여신까지 완벽히 소화했고, 박희순은 재즈가수, 노인, 브루노마스 분장 등으로 팔색조 면모를 보여줬다. 주종혁은 순진한 허당이지만, 그 안의 따뜻함으로 팀의 균형을 잡았다.
화려한 영상미도 빠질 수 없다. 하늘 위 작전, 산골, 수술실, 영화 촬영장 등 배경이 끊임없이 바뀌며 시각적인 재미를 줬다.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은 차분하게 눌러줬고, 사기 작전은 리듬감 있게 전개됐다. 보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하다.
지난 12일 종영한 ‘컨피던스맨KR’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여전히 이어지는 중이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온라인에서는 “이런 드라마 요즘 보기 힘들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거짓이 진실을 덮는 세상에서, 오히려 그 거짓으로 나쁜 놈들을 속이는 전개가 사람들 마음을 후벼팠다. 윤이랑이 마지막에 남긴 “컨맨은 돌아옵니다”라는 한마디는 단순한 대사 이상이었다.
끝났지만 끝난 것 같지 않은 드라마. 그래서 시청자들은 지금도 다시 돌려본다. 막힌 세상일수록 이런 통쾌한 사기극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