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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쥐는 스릴, 요즘 20대 반응 미친 '호러 영화'

by 이슈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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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릴러 영화 ‘8번 출구’가 독특한 몰입감으로 젊은 관객층의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작품은 동명의 인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실감형 스릴러로, 영화관에서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에서 스크린으로, ‘8번 출구’의 현실적 공포


영화는 끝없이 반복되는 지하도 속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느 순간부터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고, 작은 방심이 영원한 갇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자극한다. 단조로운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반복적인 장면은 관객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포를 형성한다.

연출은 일본 영화계의 다재다능한 크리에이터 카와무라 겐키 감독이 맡았다. 그는 이상일 감독의 ‘분노’, ‘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괴물의 아이’ 등 다수의 화제작을 제작한 프로듀서로 잘 알려져 있다. 2022년 영화 ‘백화’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이번 작품으로 또 한 번 자신만의 색깔을 선명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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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무라 감독은 1인칭 시점의 공포 게임 ‘8번 출구’를 접하고 영화화를 결심했다. 원작이 가진 간결한 규칙과 불길한 분위기에 매료된 그는 게임 속 설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공간 속에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서사를 확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각 인물의 행동과 시선이 서로 교차하며 하나의 미로처럼 얽히는 듯한 전개는 관객에게 현실을 의심하게 만든다.


감독은 영화의 미장센과 리듬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미조구치 겐지의 ‘우게츠 이야기’ 등 고전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규칙이 단순할수록 주인공의 불안과 편집증은 심화된다. 영화는 뒤틀린 시공간의 미궁을 통과하는 악몽 같은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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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의 연기도 몰입감을 높인다.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지하도에 갇혀 출구를 찾아 헤매는 ‘헤매는 남자’ 역을 맡아 절박한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코치 야마토는 ‘걷는 남자’로 등장해 현실과 허상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독특한 존재감을 남겼다. 고마츠 나나는 사건의 단서를 쥔 인물로 긴장감을 이끌며 서사의 균형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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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지난 9월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니노미야 카즈나리와 코치 야마토가 함께 참석해 현지 팬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으며, 특히 코치 야마토는 개봉 시기에 맞춰 다시 내한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흥행 성적도 좋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번 출구’는 개봉 10일 만인 지난 1일까지 누적 관객 29만 명을 돌파했다. CGV 예매 통계에 따르면 20대 관객 비율이 39%로 가장 높아 젊은 세대의 지지가 흥행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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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은 “마지막에 느껴지는 게 많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부정적인 태도로 이어지면 그렇게 살게 되지만, 조금이라도 다른 행동을 하면 하루가 의미 있게 느껴진다. 스릴러지만 철학적인 면이 있다”, “단조로운 반복이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로 흥미롭게 완성됐다”,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나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게임을 해본 적 없이 봤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같은 장소가 주는 공포가 인상적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쳐 개봉하자마자 봤다.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고 스토리도 지루하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지하철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낯설고 스릴 넘치는 장소로 바꿔놓은 영화다. 철학적인 의미도 있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등 다양한 후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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