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소년과 친구들의 우정

베트남에서 되살아난 ‘위대한 소원’의 웃음과 눈물

by 이슈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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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오후, 카페 창가에 앉아 뉴스를 스크롤하다가 눈길을 붙드는 제목을 봤다. ‘위대한 소원’의 베트남 리메이크작이 박스오피스 1위라니. 몇 년 전, 늦은 밤 심야 상영관에서 봤던 그 영화가 떠올랐다.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채로 엔딩 크레딧을 보던 순간. 그 진한 감정이 바다 건너 또다시 살아난 것이다.


베트남에서 개봉한 영화 ‘마지막 소원’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열여덟 살 소년과 친구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의 틀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현지 사회와 정서에 맞게 옷을 갈아입었다. 첫날에는 할리우드 대작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뒤를 이어 2위에 머물렀지만, 그 뒤 사흘 연속 1위에 오르더니 결국 ‘슈퍼맨’까지 제쳤다. 무려 2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예매 플랫폼에는 “가볍지만 울림이 있다”는 평과 “웃다가 울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베트남 극장가의 주류는 공포물이라고 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청춘 코미디가 상업성과 완성도를 모두 인정받는 건 이례적이다. 이 영화는 한국 콘텐츠 기업 콘텐츠판다와 베트남 제작사 런업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만들었다. 현지 스태프가 주도했지만, 시나리오와 마케팅, 제작 전반에 한국 측이 깊숙이 참여했다. 제작진은 이 협업이 두 나라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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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판다는 이번 성과를 지식재산권(IP)의 확장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로 본다. 기획부터 배급까지 함께하며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 영화가 역수입 형태로 한국에서도 개봉한다. 베트남에서 온 청춘 코미디가 국내 관객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그 반응이 궁금해진다.


이 소식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2016년의 ‘위대한 소원’이 떠올랐다. 개봉 당시 흥행은 크지 않았지만, 관람객 평점은 높았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고등학생 고환,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남준과 갑덕. 고환의 마지막 바람은 단순했다. 죽기 전에 ‘어른’이 되어보는 것. 말로 하면 우스워 보이지만, 그에게는 절실한 소망이었다. 평범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에, 마지막만큼은 자기 방식대로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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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은 허세 많은 상남자, 갑덕은 실속 없는 재벌 2세. 두 친구는 서툴지만 진심으로 고환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움직인다. 웃음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그 속에서 우정이란 무엇인지,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묻게 된다. 류덕환은 고환의 절박함과 웃픈 감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고, 김동영과 안재홍은 각각의 색으로 이야기에 온기를 더했다. 전노민과 전미선은 부모로서의 사랑과 슬픔을 담담히 전했다.


관객들은 그 영화를 두고 “친구는 의리지”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부담 없이 웃으며 볼 수 있지만 훈훈한 여운이 남는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랬다. 스크린 속에서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순간, 그 시간만큼은 내 곁의 사람들을 더 단단히 붙잡고 싶어졌다.


이제 ‘마지막 소원’이란 이름으로 되살아난 그 이야기가, 베트남 청춘들의 얼굴을 하고 우리 앞에 다시 올 것이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누군가의 끝을 함께 걸어가는 마음만큼은 같다는 것을, 우리는 또 한 번 스크린에서 확인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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