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돌아온 ‘죠스’, 여름 극장 다시 삼킨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뜨겁다. 햇볕은 길 위의 그림자를 지우듯 선명하게 모든 것을 드러내고, 바람마저 뜨거운 숨결을 품고 지나간다. 이런 계절이면 바닷가의 냄새와 파도 소리가 문득 그리워진다. 그러나 바다의 이미지는 꼭 평화롭기만 한 건 아니다. 어떤 장면은, 오래전 스크린에서 본 그 거대한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가 다시 돌아온다. 개봉 50주년을 맞아, 오는 8월 중으로 한국 관객 앞에 설 준비를 마쳤다. 롯데컬처웍스는 이 소식을 알리며 “원작의 본질에 충실한 상영”이 될 거라 전했다. 리마스터링이나 화려한 재편집 없이, 당시의 화면과 호흡, 공기를 그대로 꺼내 놓겠다는 것이다.
1975년, ‘죠스’는 단순한 한 편의 영화가 아니었다. 여름철 대형 상업영화, 이른바 ‘블록버스터’의 탄생을 알린 첫 번째 신호였다. 그 해, 미국 동부의 가상 휴양지 아미티섬에 나타난 백상아리는 극장 안의 수많은 사람을 바닷물 속으로 끌어들였다. 은폐와 폭로, 생존과 두려움, 그 사이에서 엇갈린 인간들의 선택은 공포보다 더 깊은 긴장을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에서 상어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면보다 음악이 먼저 다가와 심장을 조여 오고, 파도 너머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관객을 붙든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당시 스필버그는 기술적 한계 속에서 실제 상어 대신 로봇 상어를 사용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그 제약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덜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더 깊게 각인되는 방식이었다.
이야기의 긴장감은 초반 사건에서 시작해 클라이맥스까지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보다 인물들의 대립과 심리전이 극을 이끌고, 그 속도는 마치 물살처럼 일정하게 흐른다. 지금 다시 보아도, 여름철 개봉작에서 보기 드문 밀도의 서사다.
개봉 당시 ‘죠스’는 9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시작해 미국 내에서만 약 2억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 공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단일 영화가 1억 달러를 넘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단숨에 깨뜨린 것이다. 해외에서도 약 2억 1000만 달러를 더해 총 4억 70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50억 5000만 엔, 한국에서는 개봉이 2년 미뤄진 끝에 1978년 4월 서울에서만 38만 8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죠스’는 흥행 수치 이상의 흔적을 남겼다.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100대 영화에 두 차례 이름을 올렸고,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7%라는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영화 속 장면과 음악은 수없이 패러디되고 오마주되며 대중문화 속을 떠돌았다. 2000년대에는 게임으로도 재탄생했고, ‘죠스’라는 이름은 공포와 스릴의 대명사로 남았다.
50년이 지났다. 바다의 색은 여전히 변덕스럽고, 파도는 사람을 유혹하듯 밀려온다. 그러나 그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그림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한 두려움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 스크린 속 백상아리는 이제 영화사의 한 장면이 되었지만, 그 시절 관객이 느꼈던 공포와 전율은 여름의 공기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이번 8월, 어쩌면 우리는 그때의 파도 소리와 심장 박동을 다시 듣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듯, 그러나 어쩌면 모든 것이 달라진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