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의 붉은 선이 드러낸 인간의 얼굴

짧지만 강렬했던 여섯 편의 기록, ‘S라인’

by 이슈피커
1111.jpg 사진= wavve 웨이브 유튜브

거실 한쪽에 놓인 TV 화면에서 붉은 선이 번쩍 떠올랐다. 단순한 그래픽 같았는데, 곧 이야기 속 사람들의 비밀을 꿰뚫는 장치라는 걸 알게 되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드라마 ‘S라인’이 보여준 세계는 낯설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이었다. 누군가의 과거가 선명히 드러나는 순간, 인간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공개 직후부터 이 작품은 빠른 속도로 입소문을 탔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한 순간부터 새로운 가입자를 끌어들이더니, 어느 날은 기록적인 숫자를 세우며 플랫폼의 성장을 견인했다. 단순히 화제성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오래 붙잡아 두는 힘이 있었다.


드라마는 총 6부작. 간결한 분량이지만 서사와 긴장은 압축돼 있었다. 어느 날 사람들의 머리 위로 ‘붉은 선’이 생겨나고, 그 선이 육체적 관계를 맺은 사람과 연결된다는 설정. 비밀이 더 이상 숨겨질 수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무너지고, 갈등은 증폭된다. 판타지의 틀을 쓰고 있지만 결국은 인간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원작은 웹툰 작가 꼬마비의 작품. 드라마는 원작의 핵심을 유지하면서도 장르적 색을 조금 덜어내고 현실감을 더했다.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제작진은 ‘안경’이라는 장치를 활용했다. 시청자는 주인공과 함께 누가 이 선을 볼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라 관계가 어떻게 뒤틀리는지를 체험하게 된다.

bbg.JPG 사진= wavve 웨이브 유튜브

수위 높은 장면 역시 화제였다. 국내 콘텐츠에서 보기 드문 연출은 단순히 자극적인 볼거리를 넘어 캐릭터들의 심리와 맞물리며 긴장감을 높였다. 화면 속 인물들은 노출과 베드신을 넘어선, 관계의 균열과 불안을 담아냈다.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 그것이 오히려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키워주었다.


배우들의 얼굴도 이야기를 이끌었다. 이수혁은 형사 한지욱 역을 맡아 무심한 표정 속 집요함을 담아냈다. 그는 차갑지만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사건을 좇으며 극의 중심축을 세웠다. 이다희는 규진이라는 교사를 연기했다. 불안정한 듯 차분한 그의 연기는 이야기 전체의 긴장선을 놓지 않게 만들었다.


이은샘은 선아라는 학생을 연기했다. 피해자로 시작해 점차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그의 얼굴은 무겁게 쌓이는 감정을 드러냈다. 분노와 복수의 감정이 쌓일 때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줬다. 아린은 사건의 단서를 쥔 현흡을 맡아 절제된 태도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무대 위에서의 이미지와 달리 드라마 속 그의 표정은 신중했고, 그래서 더 눈길을 끌었다.

nbh.JPG 사진= wavve 웨이브 유튜브

작품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웨이브 신규 가입자 수를 끌어올리며 기록을 갈아치운 뒤, 시청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지켰다. 2주 차에는 드라마 카테고리에서 시청자 수와 시청 시간을 동시에 잡았다. 온라인에서도 ‘붉은 선’은 빠르게 번졌다. TikTok에서는 이 설정을 패러디한 영상이 쏟아져 나왔고, 수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문화적 놀이로 자리 잡았다. 언어를 몰라도 이해되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설정이었기에, 해외에서도 통했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음악상을 수상한 순간, ‘S라인’은 단순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넘어섰다. OTT 플랫폼에서 시작된 드라마가 세계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rr.JPG 사진= wavve 웨이브 유튜브

시즌은 단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길이가 짧다고 해서 가벼운 작품은 아니었다. 인물과 주제, 긴장과 불안을 압축한 세계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머리 위로 이어진 붉은 선은 결국 인간이 감추고 싶었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장치였다. 그것이 단순한 설정을 넘어 우리 일상의 어딘가를 은근히 건드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시즌이 끝난 지금도 화면 속 붉은 선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인간 사이의 거짓과 은밀한 연결이 모두 드러난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남아, 작품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광복절, 그날을 건너 오늘에 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