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다시 불붙은 기다림
오늘 아침, 영화관 앞을 지나가다 보았다. 이른 시간인데도 표를 확인하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드디어 오늘, 기다림 끝에 개봉한 것이다. 전광판에는 이미 매진 표시가 여러 줄 켜져 있었고, 사람들의 표정은 들뜬 축제를 맞이하는 듯했다.
뉴스에서 보니 예매율은 개봉 전날부터 80%를 넘어섰다고 한다. ‘아바타: 물의 길’이나 ‘겨울왕국 2’도 뛰어넘는 기록이라고 했다. 그 뜨거운 숫자는 단순한 흥행 기대감을 넘어, 하나의 현상처럼 보였다. 애니메이션 한 편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같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흥미로웠다.
몇 년 전 ‘무한열차편’을 보러 갔을 때도 그랬다. 낯선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울고 웃던 기억. 작품 속의 어둠과 불빛, 음악이 어우러져 모두를 같은 장면 안에 묶어두던 순간. 그때 느꼈던 이상한 동지감이 아직도 선명하다. 오늘 다시 시작된 이 새로운 장은, 그 기억의 연장선 같기도 했다.
물론 논란은 이번에도 함께였다. 귀걸이 디자인이 전범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 작품 설정이 일본 군국주의를 미화한다는 비판. 며칠 전, 광복절을 앞두고 예정됐던 시구 행사가 취소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장치일 뿐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징이 된다. 작품을 둘러싼 공기는 늘 이렇게 양가적이다.
하지만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일본에서 이미 수천만 명을 모아낸 흥행 기록이 보여주듯, 이야기는 여전히 강한 끌림을 지닌다. 그것은 단지 전투와 액션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꺼내기 어려운 감정들을 안전하게 스크린 위에서 다루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상실과 고통, 그리고 그 너머의 희망.
오늘, 극장은 환한 불빛으로 가득 차 있다. 티켓을 쥐고 입구를 향해 뛰어가는 아이, 휴대폰으로 자리를 확인하며 웃는 연인, 묵묵히 줄을 서 있는 어른들. 모두의 기대가 얽혀 하나의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결국 오늘이라는 날은 흥행 성적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어떤 이야기에 마음을 내어주고, 어떤 장면에 눈을 머무는지. 그 선택이 쌓여 우리의 기억을 만든다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어쩌면 우리는 같은 어둠 속에서 같은 불꽃을 바라보며 또 하나의 장면을 함께 살아내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