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에 찾아온 엉뚱한 권력 다툼
명절이 다가오면 극장가의 공기는 조금 달라진다. 가족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영화가 기다려지고, 그 웃음의 자리에 어떤 작품이 놓일지 설레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올해 추석에는 조금 특별한 소식이 들려왔다. 영화 ‘보스’가 그 무대에 오르겠다는 선언과 함께 포스터를 내걸었다.
보통 ‘조폭 코미디’ 하면 힘으로 보스를 차지하려는 이야기들이 떠오르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다. 보스 자리를 서로 내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물들의 대결이라니, 생각만 해도 기묘하게 웃음이 끌려온다. 힘이 아니라 양보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전쟁. 거기에 액션이 더해진다니, 낯설고 신선하다.
영화는 웃기기만 한 작품이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을 받았다. 대중성과 완성도를 함께 인정받은 자리에서 첫 선을 보인다는 건, 웃음 속에 담긴 힘을 미리 증명하는 셈일지도 모른다. 극장에 앉은 국내외 관객들이 이들의 ‘양보 전쟁’을 어떤 눈빛으로 지켜볼지 궁금해진다.
배우 라인업만 봐도 이미 웃음이 번진다. 조우진은 주방장 ‘순태’로, 식구파의 중식당을 지휘하는 인물이다. 그의 꿈은 조직의 권력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식당이다. 주방칼을 잡은 손끝에서 조직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설정은 어딘가 엉뚱하지만 동시에 설득력 있다.
정경호가 맡은 ‘강표’는 후계자임에도 보스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는 탱고를 추고 싶은 사람이다. 누군가는 권력 대신 춤을 꿈꾸며, 그 엇갈림이 이야기를 춤추듯 흔든다. 박지환은 유일하게 자리를 탐하는 인물 ‘판호’로 긴장을 더한다. 웃음과 욕망이 부딪히는 순간, 극의 무게는 그에게 달린다.
여기에 이규형은 중식당 배달부로 위장한 언더커버 경찰 ‘태규’를 연기한다. 이중적인 캐릭터가 주는 리듬감은 영화의 결을 다채롭게 채울 것이다. 그 밖에도 이성민, 황우슬혜, 정유진, 고창석. 이름만으로도 화면이 꽉 찰 듯한 배우들이 합류했다. 코믹 시너지와 액션의 충돌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다.
제작사는 지난해 코미디 ‘핸섬가이즈’로 웃음 바람을 불러온 하이브미디어코프. 이번에도 추석이라는 시기와 맞물려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오락 영화를 내놓았다. 웃음을 작정하고 만든 영화라니, 명절 극장가에서 자리 잡을 이유는 충분하다.
이미 반응은 뜨겁다. 예고편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 수 16만을 넘겼다. 댓글에는 “추석엔 무조건 코미디”, “배우들 얼굴만 봐도 웃기다”, “보스가 되기 싫다니 벌써 웃기네” 같은 반응들이 줄줄이 달렸다. 누군가는 벌써 가족과 함께 예매를 마음속에 새겼을지도 모른다.
명절 극장가에는 늘 사람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웃음’이 필요하다. ‘보스’는 바로 그 자리에 놓일 준비를 끝낸 듯하다. 양보하려는 싸움, 욕망을 비튼 유머, 그리고 배우들의 에너지가 모여 만든 추석의 한 장면. 올 가을, 우리는 극장에서 그 웃음을 나누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