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을 뒤흔든 수비드 한 점

먹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 드라마 ‘폭군의 셰프’

by 이슈피커
111.JPG 사진= tvN

주방에서 칼이 부딪히는 소리, 뜨거운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일상의 풍경 같지만, 그 소리와 향이 드라마의 긴장감을 대신 전하는 순간이 있다.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는 바로 그 감각을 무대 삼아 시청자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았다. 방송 2회 만에 수직 상승한 시청률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요리라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를 정치와 권력, 그리고 사랑의 서사 속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작품의 중심에는 절대 미각을 지닌 폭군 연희군과 미래에서 온 셰프 연지영이 있다. 둘의 만남은 낯설고도 묘하다. 폭군은 맛으로 세상을 지배하려 하고, 셰프는 정성으로 사람의 마음을 살리려 한다. 대립 같지만 교차하는 이 두 축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부딪혀온 질문을 다시 꺼내 놓는다. 먹는다는 것은 곧 살아낸다는 것,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과 어떻게 이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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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방송은 이 질문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로 채워졌다. 질긴 생고기 앞에서 포기 대신 ‘수비드’라는 조리법을 선택한 연지영은, 불가능한 조건을 뒤집는 집념을 드러냈다.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가 온도를 맞추는 장면은 그저 요리 기술을 넘어선다. 삶을 걸고 맛을 지켜내려는 몸짓이었다. 완성된 스테이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신념의 증거였다.


이 장면에서 드라마는 관습적인 사극의 긴장감을 새로운 방식으로 엮어낸다. 칼부림이나 전쟁이 아닌, 한 접시의 요리가 권력을 흔드는 무대가 된다. 임송재의 계략, 연지영을 궁으로 끌어올려는 음모, 그리고 폭군 이헌의 극찬은 모두 그 한 접시에서 비롯된다. 음식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운명을 전환시키는 힘으로 제시된다.


특히 이헌의 “천하일미”라는 대사는 단순한 미각의 표현을 넘어선다. 절대 권력을 쥔 자가 처음으로 진심을 느낀 순간, 권력과 맛은 하나로 포개졌다. 동시에 연지영은 생존과 위기의 경계에 서게 된다. 왕의 눈길은 축복이자 저주였고, 궁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자유로운 손이 아니다. 칼과 불을 다루던 주방은 이제 권력의 심장부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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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 발을 들인 연지영은 새로운 적대와 마주한다. 후궁 강목주의 차가운 시선, 이헌의 예측 불가한 언행은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드라마는 단순한 로맨스나 권력 다툼이 아닌, ‘먹는 일’을 매개로 얽힌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결국, 요리는 생존의 기술이자 사랑의 언어, 그리고 정치의 무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시청률의 수직 상승은 단순히 화제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폭군의 셰프’가 던지는 질문이 오래도록 우리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를 위해 밥을 짓고, 그 한 끼로 사랑을 확인하며, 때로는 권력을 나눈다. 드라마가 보여준 궁중의 만찬 장면은, 사실 오늘의 식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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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가 끝난 지금, 시청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요리 그 자체라는 것을. 그 한 접시가 권력을 흔들고, 관계를 바꾸며, 사랑과 증오의 무게를 동시에 짊어진다. 칼끝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궁궐 한복판으로 옮겨졌다. 앞으로 어떤 맛이 또 운명을 뒤흔들지, 기대는 점점 더 짙어진다.


반전이나 결론 없이,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끝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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