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최초… 세계에서 인정한 작품

영화 '세계의 주인',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초청

by 이슈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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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카페에 앉아 습관처럼 뉴스를 스크롤하다가, 낯선 제목에 시선이 멈췄다. 영화 〈세계의 주인〉.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플랫폼에 한국 영화 최초로 공식 초청됐다는 소식이었다. 처음 보는 영화의 이름인데도, 그 짧은 문장만으로 마음이 출렁였다. 누군가의 세계가, 이제 막 낯선 무대 위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플랫폼 부문이라니 단어만 들어도 단단한 무게가 있다. 단순히 경쟁의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선과 독창적인 목소리를 지켜보는 공간. 그 자리에 한국 영화가 유일하게 초청되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자랑스럽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실험과 도전이 결국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순간을 마주하는 일. 그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되었다.


영화의 중심에는 18세 여고생, 이주인이 있다. 언제나 명랑하고 조금은 뻔뻔하며, 또래들과 장난을 주고받는 평범한 소녀. 그런데 홧김에 던진 한마디가 세상을 흔들어 놓는다. 그 말은 파문처럼 퍼져나가 주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결국 알 수 없는 쪽지까지 등장한다. 이야기만 들어도 누구나 겪어본 적 있는, 무심한 말 한마디가 불러오는 파장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너, 뭐가 진짜야?"라는 질문이 영화 속에서만이 아니라 내 안에서도 은근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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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의 이름은 이미 익숙하다. 〈우리들〉, 그리고 〈우리집〉. 그 작품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속이 조용히 저려왔다. 어린아이의 눈높이로도 세상은 이렇게 깊고 아픈 결을 품고 있구나, 새삼 배우곤 했다. 이번 신작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섬세한 감정선을 포착하고 인물들의 내면을 조율하는 윤 감독의 방식은 여전히 같을 테고, 그러나 동시에 또 다르게 번져 나가겠지.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스크린에 선 배우 서수빈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떨림과 단단한 의지가 동시에 느껴졌다. 반대로 장혜진은 이미 세계를 경험한 배우다. 〈기생충〉으로 칸과 아카데미까지. 그가 다시 윤 감독과 함께 토론토 무대에 선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의 결이 짐작되는 듯했다.


뉴스 말미에는 포스터에서 이름이 빠진 배우 고민시에 대한 해명도 덧붙여져 있었다. 특별출연이라는 단어 하나로 풀릴 문제였지만, 그 앞뒤로 붙은 잡음이 오히려 더 눈에 들어왔다. 이름이 지워지는 순간, 사람들은 이유를 찾으려 들고, 소문은 언제나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영화와는 무관한 이야기지만, 그 역시도 세계를 흔드는 ‘한마디’의 또 다른 얼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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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다가올 토론토의 첫 상영. 9월 7일 오후 2시 30분, 현지 시각으로 영화는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두 번의 상영, 그리고 Q&A. 윤가은 감독과 배우들이 직접 관객을 마주할 그 장면을 상상해 본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주인, 뭐가 진짜 너야?"라는 질문을 다시 던질지도 모르겠다. 그때 서수빈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띠고 있을까.


영화는 결국 10월,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때쯤이면 토론토의 반응이 이미 전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마음속에는 평가보다도 단순한 호기심이 먼저다. 흔들리는 세계 속에서, 주인은 무엇을 지켜낼까. 그리고 우리는 그 세계의 조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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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불이 켜지고, 낯선 얼굴과 목소리가 내 앞에 다가오는 순간을 기다린다. 작은 한마디가 세상을 뒤흔드는 이야기라면, 어쩌면 그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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