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영화의 전설이 깨어난다

402호실 문이 열린다… 9월, ‘곤지암’ 재개봉

by 이슈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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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오래된 극장 앞을 지나가다 낯익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곤지암’. 7년 전, 그 이름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던 영화가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이었다. 포스터에는 낡은 문 앞에 “경고는 끝났다, 이번엔 체감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오래전 상영관을 가득 메우던 긴장과 비명이 순간 떠올랐다.


2018년, ‘곤지암’은 한국 공포 영화의 판을 흔들어 놓았다. 당시만 해도 저예산 공포 영화가 이 정도로 흥행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인터넷 생중계라는 익숙한 장치와 폐병원이라는 실존적 배경은 젊은 관객들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공포의 현장 속으로 함께 들어간 듯한 체험을 했다. 입소문은 순식간에 번졌고, 결국은 수백만 명이 같은 공포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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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곤지암 정신병원’은 실제 경기도 광주의 폐병원을 모티브로 했다. CNN이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로 선정했다는 사실까지 겹쳐,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졌다. 7명의 체험단이 손전등과 카메라를 들고 어둠 속을 헤매던 장면은, 화면 너머의 관객들마저 같은 불안에 가두었다. 귀신이 직접 눈앞에 나타나는 것보다도, 보이지 않는 긴장과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정적이 더 무서웠다.


이번 재개봉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SCREENX와 4DX, ULTRA 4DX라는 특수관 포맷으로 새 옷을 입는다. 좌우 벽면까지 펼쳐지는 3면 스크린, 새로 추가된 20분의 영상, 그리고 의자 아래로 스며드는 진동과 바람. 과거 관객들이 느꼈던 체험형 공포가 이번에는 훨씬 더 촘촘하게, 오감에 파고들 것이다. 그저 보는 영화가 아니라, 몸으로 겪는 영화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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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당시 ‘곤지암’의 흥행 배경이었다. 예매율은 높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표를 사려는 젊은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고등학생들이 삼삼오오 티켓을 사고, 상영관 안에서는 놀람과 웃음,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인터넷 방송을 보는 듯한 다큐멘터리 형식이 젊은 세대에게 익숙했기에, 그들은 쉽게 몰입했고 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곤지암’은 그렇게 세대적 공감대 위에서 공포의 파장을 키워갔다.


당시 제작비는 약 24억 원. 손익분기점은 70만 관객이었지만, 영화는 첫 주만에 130만 명을 넘어섰고 최종적으로 300만 명에 육박했다. 수익률만으로 보자면, 한국 공포 영화 역사에서 보기 드문 ‘알짜 흥행’이었다. 관객들이 보내준 지지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한국 공포 영화가 충분히 상업적 가능성을 지닌 장르임을 증명했다.


물론 평가는 엇갈렸다. 누군가는 서사가 부족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괴물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그 ‘비어 있음’이 영화를 오래 남게 했다. 설명되지 않은 여백은 관객의 상상으로 채워졌고, 각자의 두려움은 극장 안에서 한층 증폭되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곤지암’은 여전히 한국 공포 영화의 한 지점에 굵은 밑줄을 긋고 있다.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에서 편집상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고, 해외 공포 전문 매체에서도 ‘최고의 공포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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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402호실의 문이 열린다. 어둠은 여전할 것이고, 우리는 다시 한번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극장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장소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같은 공포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7년 전의 공포가 우리에게 남은 흔적이라면, 이번 재개봉은 그 흔적을 다시 더듬어가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공포란 결국 무엇일까. 눈앞에 드러난 괴물일까, 아니면 끝내 확인할 수 없는 빈 공간일까. 어쩌면 공포는, 그 두 가지가 만들어내는 틈새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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