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지신 영웅들의 이야기 '트웰브'
밤마다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첫 장면에 눈길을 빼앗기는 순간이 있다. 얼마 전 시작한 KBS 드라마 ‘트웰브’가 딱 그랬다. 첫 회 시청률은 8%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로 출발했고, 2회에서는 소폭 하락했지만 화면 속 긴장감은 여전히 묵직하게 남았다.
이 드라마는 동양의 12지신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고전의 무게를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12천사가 인간세계를 지키기 위해 악과 맞서 싸운다는 서사를 현대적으로 풀어내, 판타지와 액션의 결합으로 화면을 채운다. 익숙한 신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도가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첫 방송의 무게 중심은 캐릭터였다. 마동석이 연기한 호랑이의 천사 태산은 팀의 리더로, 힘과 상처를 동시에 품은 인물이다. “나는 더 이상 아무도 잃고 싶지 않다”라는 대사는 액션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반대편에 선 오귀는 까마귀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박형식의 차가운 눈빛은 악역의 무게를 단숨에 세웠다. 봉인에서 풀려난 존재라는 설정은 긴장감을 배가시키며 앞으로의 이야기를 예고했다.
서인국은 원숭이 천사로, 장난스러운 겉모습 아래 의리와 욕망을 숨기고 있었다. 그가 태산을 이으려는 욕망을 드러내는 순간, 팀 내부의 균열이 서서히 감지됐다. 이주빈은 용의 천사 미르로 홀로 거리를 두며 살아가는 인물을 보여줬다. 예지몽을 꾸는 능력 때문에 늘 외로움과 함께하는 캐릭터지만, 동시에 이야기의 새로운 방향을 열어줄 열쇠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성동일. 신에게 선택받은 관리자인 마록으로 등장해, 무게와 균형을 잡았다. 형사라는 현실적 직업을 가진 동시에 천사들을 지키는 관리자라는 이중의 위치는, 드라마가 판타지에만 머물지 않고 인간의 문제로 확장되도록 한다. 그의 대사, “인간이 없는 세상은 미래가 없는 지옥이 될 거다”는 작품의 핵심을 압축했다.
‘트웰브’의 힘은 액션 장면에서 또렷하게 드러났다. 캐릭터마다 다른 색깔과 기술이 있어, 싸움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무늬와 리듬을 가진 춤처럼 보였다. 팀플레이 속에서 드러나는 균열, 다시 이어지는 연대가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마동석은 특유의 무게감으로 드라마의 중심축을 단단히 지탱했다.
첫 회는 인물들의 배경을 소개하는 동시에, 세계관의 윤곽을 선명하게 그려냈다.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넘어, 각 인물이 지닌 상처와 선택이 어떻게 얽힐지, 시청자는 자연스레 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KBS가 내놓은 야심작이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니다. ‘트웰브’는 이미 배우들의 조합, 신화적 세계관, 그리고 액션 장르의 힘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직은 시작일 뿐이지만, 화면을 가득 메운 긴장감은 오래 남았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인간과 천사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로 확장될지도 모른다.
반전이나 결론 없이,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끝나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