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유쾌한 K할머니로 돌아오다

‘결혼 피로연’,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사랑 이야기

by 이슈피커
11.jpg 사진= 트레일러 인사이트

주말 저녁, 한참 TV 채널을 돌리다 윤여정 배우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익숙한 억양, 조금은 장난스러운 눈빛, 그러면서도 단번에 중심을 잡아버리는 기운이 있었다. 화면 속 할머니를 보는 듯 편안했는데, 동시에 “저 사람은 언제나 스크린 위에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무심한 듯 강렬한 존재감.


곧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결혼 피로연의 소식이 들려왔다.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1990년대 이안 감독의 그 작품을 떠올릴 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이야기였고, 오래전에도 묘하게 가슴을 울리던 영화였다. 이번에는 한국계 감독 앤드류 안이 메가폰을 잡아, 동시대의 감각으로 다시 그려냈다고 한다. 낯설지 않게, 그러나 지금에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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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중심에는 뉴욕에서 살아가는 두 동성 커플이 있다. 그들이 선택한 가짜 결혼은 웃음을 불러오지만, 동시에 진짜 마음을 건드린다. 이들의 계획 속으로 난입하듯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윤여정이 연기한 K할머니 자영이다. 늘 눈치가 빠르고, 가만히 있어도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사람. 작은 몸짓 하나, 짧은 대사 한마디가 극을 지탱한다고 외신은 평했다.


“여전히 스크린을 장악한다.”

“한국 할머니라는 캐릭터를 빛나게 했다.”


버라이어티와 뉴욕 타임스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미나리에서 삶의 무게와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줬던 그녀가, 이번에는 위트와 유머로 무대를 바꿔 놓는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즐겁다.

33.jpg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이미 세계 곳곳에서 먼저 주목받았다는 점이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했고, 북미 개봉 당시엔 주요 매체들이 “사랑스러운 영화”라며 호평을 쏟았다. 원작의 진정성에 새로운 시선을 덧입히니, 낯익으면서도 신선했다는 반응. 무엇보다 ‘결혼식은 하나, 커플은 둘’이라는 설정만으로도 벌써 웃음이 번진다. 티저 포스터 속 전통 혼례 한복 차림의 신부가 그 이야기를 압축해 보여준다.

44.jpg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리메이크작이라는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그 경계에서 오히려 자유로움을 얻었다. 원작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향수를, 처음 만나는 세대에게는 새로운 설렘을. 그 사이를 잇는 다리가 윤여정이라는 배우라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하다.


가을 극장가에서 어떤 작품을 기다려야 할까 고민한다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웃음과 따뜻함, 그리고 한 배우가 가진 무게. 그 조합만으로도, 결혼 피로연은 관객의 시간을 훔칠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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