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의 성적이 기대 이하인 이유
저녁 뉴스를 보다가 문득 그 드라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던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 한 달 남짓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지난달 끝을 맺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그 결말은 조금 씁쓸했다. 기대와 달리 시청률은 바닥을 맴돌았고, 기록으로만 남은 숫자는 차갑게 느껴졌다.
처음 이 작품이 소개될 때는 나 역시 호기심이 생겼다.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봤을 법한 발칙한 상상.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같은 성별로 변한다면 어떨까. 다소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질문이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지만, 드라마는 언제나 불가능한 이야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곳이니까.
주인공들은 예기치 못한 변화 앞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이어졌지만 그 속에는 분명 더 깊은 질문이 있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성별과 모습이 변해도 여전히 같은 마음을 지켜낼 수 있을까. 작품은 그 질문을 꺼내놓고, 시청자에게 함께 고민해보라고 권하는 듯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던진 화두가 그대로 안방에 닿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원작 웹툰을 옮겨온 설정은 신선했지만, 지나치게 만화적인 리듬이 현실적인 드라마와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팬들은 각색이 아쉽다고 말했고, 일반 시청자들은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들다고 느꼈다. 애초에 문을 열고 들어가기조차 망설이게 만드는 진입 장벽이 있었다.
배우들의 얼굴은 화려했다. 윤산하, 아린, 츄. 이름만으로도 팬덤의 환호를 얻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단순히 스타의 등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표정 하나, 대사의 무게, 눈빛의 흐름이 어색하다면 이야기는 쉽게 깨진다. 그래서일까, 일부 시청자에게 이 작품은 그저 ‘아이돌 드라마’로만 남았다.
경쟁작도 문제였다. 같은 시간대에 화제를 모은 드라마와 예능이 버티고 있었으니, 주목을 끌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결국 신선한 발상은 무대에 서기도 전에 빛을 잃었다. 게다가 중반 이후 늘어지는 전개는 시청자의 발길을 멀어지게 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듯한 흐름 속에서, 초반의 설렘은 점점 사라졌다.
그래도 나는 이 드라마의 시도가 마냥 헛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서 사랑의 본질을 묻는 이야기는 여전히 의미 있다. 흥행 성적표로는 초라했을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오래 기억될지도 모른다. 실패라는 이름 아래 묻히더라도, 그 안에 깃든 용기와 실험은 다른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드라마가 끝나고도 여운은 남는다. 사랑이란 결국 변치 않는 마음일까, 아니면 익숙한 모습에 기대는 감정일까. 숫자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어떤 작품은, 끝난 뒤에도 우리 안에서 질문을 남긴다.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가 그러했다.
결국 드라마는 흘러갔고, 기록만이 남았다. 하지만 나는 그 숫자 뒤에서, 누군가의 상상과 용기를 본다. 실패를 안은 이야기라 해도, 언젠가 다른 무대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날지 모른다. 그렇게, 조용히 사라지듯 막을 내린 작품이 내 안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