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시청률이 납득되지 않는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숫자 뒤에 숨은 따뜻한 이야기

by 이슈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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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채널을 돌리다 멈춘 화면 속에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공승연이었다. 그는 주연을 맡은 채널A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로 다시 시청자와 마주했다. 따뜻한 위로를 건네려 했던 작품은 지난주 막을 내렸지만, 성적표는 끝내 무거운 수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 회차 0%대라는 기록은 아쉬움을 남겼다.


드라마는 길을 잃은 한 여자의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온 강여름(공승연). 그는 오랜 무명 끝에 잡은 여행 프로그램 리포터 자리를 성실히 지켜왔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방송 사고로 프로그램이 폐지되며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는다. 그 순간 도착한 한 통의 수상한 편지. “대신 여행을 가달라”는 의뢰는 여름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끌어간다. 타인의 사연을 대신 짊어진 발걸음이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하게 되는 여정, 그것이 드라마의 큰 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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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인물들의 교차된 사연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했다. 유준상이 연기한 오상식은 복서에서 매니저, 엔터 대표까지 거쳐온 다채로운 인생을 지닌 인물로, 여름의 길 위에 묵직한 울림을 더했다. 김재영이 맡은 이연석은 영화의 길을 선택한 방황하는 청춘으로, 여름의 촬영본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며 그녀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그렇게 서로 다른 삶이 만나면서도, 결국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장면들이 작품의 정서를 채웠다.


마지막 회에서 여름은 얽힌 오해와 상처를 풀어내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오상식의 대사, “네 계절이 올 때까지 기다려보는 거야”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시청자에게도 건네진 말처럼 남았다. 또, 이연석이 여름을 위해 마련한 작은 영화제는 로맨틱한 결을 더했다. 그러나 엔딩에서 남겨진 떡밥에도 불구하고 시즌2 제작은 불투명하다. 낮은 시청률의 현실을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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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의 이유는 여러 갈래로 짚인다. 주말 황금 시간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채널A 드라마가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화려한 캐스팅과 강렬한 전개를 내세운 대작들 사이에서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는 잔잔한 호흡을 택했다. 또한 사회적 화두를 건드리거나 자극적인 사건을 담지 못해 온라인 화제성에서도 부족했다. 시청자의 집중을 붙드는 빠른 전개와 긴장감을 외면한 점 역시 대중적 흡인력을 약화시킨 요인이었다.


무엇보다 채널 인지도의 한계도 분명했다. 예능과 시사에서는 일정한 힘을 보여왔지만, 드라마 채널로서의 파급력은 아직 좁았다. 결국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시청층을 넓히기 어려웠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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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작품이 남긴 잔향은 있다. “문득 모든 걸 멈추고 떠나고 싶을 때가 있나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서사는,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 멈추어 돌아보는 기회를 건넸다. 여름의 발걸음은 시청자 각자의 내면에도 조용히 겹쳐졌다. 지금은 낮은 수치 속에 가려졌지만, 온라인 다시보기나 후일의 재평가 속에서 다른 빛을 찾을지도 모른다.


차분한 화면, 느린 호흡, 그리고 작은 위로.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는 결국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 여정을 남겼다. 시청률은 끝내 오르지 못했지만, 드라마가 던진 따뜻한 물음표는 누군가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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