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사랑도, 청춘의 설렘도… ‘첫, 사랑을 위하여’가 남긴 것
저녁 뉴스가 끝난 뒤, 습관처럼 드라마를 틀었다. 작은 마을의 풍경이 화면을 채우고, 그 속에서 웃고 우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길이 머물렀다. tvN 월화드라마 ‘첫, 사랑을 위하여’. 처음에는 제목이 조금 낯간지럽게 느껴졌지만, 회차가 쌓일수록 이 드라마가 가진 힘이 어떤 건지 서서히 알게 되었다.
10회가 방영된 그날,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수도권 기준 3.6%, 순간 최고 4.9%. 숫자는 단순한 기록 같지만, 시청자들이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신호처럼 보였다. 케이블과 종편을 모두 합쳐 1위라니, 작은 마을에서 피어난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뜻 아닐까.
드라마는 인생 2막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공사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던 싱글맘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의대를 그만둔 딸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서로를 바라보는 것. 그 단순한 메시지가 이상하게도 오래 남는다.
10회에서는 청해 마을을 배경으로 두 세대의 사랑이 동시에 피어났다. 이지안과 류정석, 오랜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순간은 차분했지만 깊었다. 헬멧을 나란히 쓰고 마을을 달리는 장면은 그들의 늦은 사랑이 결코 초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청춘 커플 이효리와 류보현. 몰래 떠난 여행 속에서 감정을 고백하며 미래를 그리는 모습은 풋풋해서, 화면을 보는 내내 미소가 새어 나왔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모녀의 대화였다. "엄마도 자기 삶을 살아가는 모습 보니까, 나도 더 잘 살아보고 싶어졌다." 이효리의 말에, 이지안의 눈빛이 흔들렸다.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사람은 이미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곧 찾아온 불안. 뇌종양 수술이라는 그림자가 다가오면서, 봄 같은 따뜻함은 잠시 멈칫거렸다. “사랑이 있기에 또다시 봄이 올 것이라 믿는다”는 나레이션이 끝나자, 내 가슴도 묘하게 저릿해졌다.
이야기는 모녀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으로 삶을 놓아버렸던 윤태오가 가족과 다시 만나는 장면은 또 다른 눈물의 무게를 안겼다. 오랜 세월 떨어져 있던 가족이 서로를 껴안는 순간, 화면 너머로도 깊은 울림이 전해졌다.
방송 직후, 인터넷에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이런 드라마는 16부작은 해야지", "중년의 사랑도 이렇게 설레다니", "안돼요 새드엔딩은 절대 안 됩니다." 웃고 울며 함께 걸어온 시청자들이라서일까, 결말을 앞둔 아쉬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총 12부작, 이제 단 두 편만이 남았다. 오는 9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이 드라마가 어떤 선택을 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해피엔딩일지, 씁쓸한 이별일지.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봄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따뜻한 장면들이 이미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는 것. 그리고 나 역시 그 마음 한켠에 오래도록 이 드라마를 품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