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합 7관왕에 빛나는 한국 독립 영화

'3학년 2학기'

by 이슈피커
ASDASD.jpg 사진=작업장 봄

지하철 안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 둘이 장난을 치며 웃고 있었다. 손바닥에는 작은 상처가 보였고, 바지 자락에는 기름 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극장에서 본 영화 ‘3학년 2학기’의 장면이 겹쳐졌다. 그들이 나누던 웃음은 아이 같았지만, 그 손끝이 전하는 무게는 이미 어른의 세계에 닿아 있었다.


‘3학년 2학기’는 특성화고 3학년 창우와 친구 우재가 작은 공장에서 실습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간다. 감독은 단순히 노동 현장의 비극을 고발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청춘들이 현실과 마주하며 흔들리는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낯선 기계음 속에서 긴장하는 모습, 잦은 실수 앞에서 위축되는 표정,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와 함께 웃어버리는 순간까지. 영화는 이 모순된 감정의 교차점을 세심하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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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병역 혜택과 대학 진학이라는 미끼를 내세워 학생들을 격려한다. 하지만 실습생에게 주어진 현실은 위험과 불안뿐이다. 반복되는 사고 위험, 부족한 안전 장치, 무기력하게 손을 놓고 있는 근로감독관. 영화는 이러한 장면들을 피해자의 서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금 세대가 어떤 벽 앞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다른 작품, 특성화고 실습생의 죽음을 다룬 ‘다음 소희’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3학년 2학기’는 죽음이 아닌 삶에 시선을 둔다. 인천 공단에서 오래 활동한 감독은 학생들을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세대”로 그린다. 창우, 우재, 그리고 그 곁을 스쳐가는 인물들까지 모두 입체적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조카이자 친구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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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청춘은 아이 같음과 어른의 책임 사이에서 쉼 없이 흔들린다. 공장에서 기술을 배우며 버티다가도, 잠시 웃고 떠드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학생 같다. 하지만 책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이 모순적인 장면들이 쌓이며 결국 성장의 무게를 드러낸다. 따뜻한 순간과 먹먹한 순간이 교차하고, 그 안에서 인물들은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람이 일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랐어”라는 대사였다. 무심히 흘려듣기엔 너무 직설적이고, 또 너무 슬픈 말이었다. 그것은 단지 창우의 고백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당혹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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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나서는 길, 다시 마주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오래 귓가에 남았다. 영화는 화려한 반전을 준비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지금 세대가 살아가는 자리를 비춘다. 그리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 웃음과 눈물의 온도를 함께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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