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박규영·조우진의 킬러 영화 '사마귀'
저녁 뉴스를 틀어두고 무심히 채널을 돌리다가 넷플릭스 신작 소식을 들었다. 화면 속엔 낯선 얼굴들이 아닌 익숙한 배우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서 있는 풍경은 조금 달랐다. 차가운 빛, 묵직한 공기, 그리고 마치 칼끝처럼 긴장된 눈빛. 영화 ‘사마귀’의 보도스틸이었다. 잠깐의 장면이었지만 오래 머물렀다.
영화의 주인공은 임시완이 연기하는 킬러 한울이다. 한때 업계를 뒤흔든 이름이었지만 긴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이다. 스틸 속 그의 표정은 담담하지만, 눈빛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규칙이 무너진 세계에서 다시 발을 들이는 순간, 그가 왜 ‘사마귀’라 불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곁에는 오랜 친구 재이가 있었다. 박규영이 연기하는 그녀는 훈련생 시절부터 함께였던 동기. 늘 작은 회사에 머물며 버티듯 살아왔지만 실력만큼은 누구보다 빛난다. 한울이 건네는 “같이 회사를 차리자”는 제안은 단순한 동업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스틸 속 두 사람은 서로의 무기를 겨눈 채 맞서다가도, 빗속에서 웃고 있었다. 친구와 경쟁자의 경계는 언제나 모호하고, 그 틈에서 감정은 흔들린다.
여기에 조우진이 맡은 독고가 더해진다. 업계를 호령하던 전설, 동시에 두 사람의 스승. 사진만으로도 묵직한 무게가 전해졌다. 단순히 과거의 그림자가 아니라 지금의 선택에 개입하는 존재처럼 보였다. 스승과 제자, 친구와 라이벌. 얽히고 설킨 삼각 구도가 영화 전체에 긴장감을 드리운다.
액션 영화라 하지만 단순한 총성과 폭발만이 전부는 아닌 듯했다. 스틸에 담긴 몸짓 하나,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하나가 곧 서사였다. 이태성 감독은 인물의 내면과 움직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었다고 한다. 그래서 싸움은 단순한 승부가 아니라 감정의 언어가 된다. 말 대신 손짓이, 총 대신 눈빛이 이야기한다.
배우들의 변신도 흥미롭다. 임시완은 맑고 선한 얼굴을 벗고 차갑고 절제된 킬러로 선다. 웃음기를 지운 채 걸어 들어오는 그의 그림자는 이전과 전혀 달랐다. 박규영은 섬세한 감정을 무기로 삼아 액션 속에 녹여낸다. 여성 캐릭터가 흔히 주어진 틀을 벗어나 묵직한 존재감을 품는다. 그리고 조우진은 언제나처럼 중심을 붙든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 공기의 무게가 달라진다.
넷플릭스라는 무대 위에서 이 이야기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향한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수많은 화면에서 동시에 재생된다. 그 낯선 경험은 이제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두근거린다. K-콘텐츠의 물결 속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어떤 흔적을 남길지, 그 답은 머지않아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 세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느냐다. 영화는 단일 작품으로 끝날 수도, 새로운 서사를 품고 이어질 수도 있다. 살인청부업계라는 설정, 그리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눈 듯 얽힌 관계는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한울의 눈빛, 재이의 웃음, 독고의 침묵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에서 멈추기엔 너무 큰 여운을 남긴다.
26일. 전 세계에 동시에 문을 여는 그날, 수많은 화면 앞에서 우리는 같은 장면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각자 다른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액션의 박진감에, 누군가는 관계의 미묘함에, 또 누군가는 그 속에 담긴 침묵에 오래 머무를 것이다.
반전이나 결론은 필요 없다. 그저 스틸 속 한 장면처럼, 비에 젖은 웃음과 칼끝 같은 눈빛이 오랫동안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