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신작 '은중과 상연'
서울 한복판의 호텔, 커다란 샹들리에 불빛이 반짝이던 그날을 기억한다. 기자들 앞에 선 배우들은 차분했지만 눈빛은 단단했다. 무대 위에선 낯익은 이름들이 오갔다. 김고은, 박지현. 두 사람은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사이였고, 다시 만난 지금은 한층 더 깊어진 눈빛을 나누고 있었다.
작품의 제목은 ‘은중과 상연’. 단순한 이름 같았지만, 그 속에는 삶과 죽음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야기는 죽음을 앞둔 상연이 오랜 친구 은중에게 마지막 부탁을 건네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누군가의 끝을 함께 걸어준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그 질문은 발표회장에 앉아 있던 나의 가슴에도 오래 남았다.
김고은은 울컥하며 눈물을 보였다. 배우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인간적인 흔들림이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잘 보내고 싶다”는 말은 단순한 대사 이상의 무게였다. 실제 친구를 보내는 것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녀에게는 감정의 버튼이었던 모양이다.
옆에서 박지현은 담담하게 자신의 배역을 설명했다. 죽음에 동행해 달라는 부탁이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말, 그러나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이는 은중뿐이었다는 고백. 그 목소리에는 캐릭터를 오롯이 껴안은 배우의 태도가 묻어 있었다. “언니 덕분에 끝까지 연기할 수 있었다”는 말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었다. 동료와의 신뢰가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연출을 맡은 조영민 감독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었다. 기대 이상이었다는 찬사가 과장이 아니었다. 발표회장의 공기는 묘하게 조용했고, 모두가 그 울림 속에 잠시 잠겼다.
작품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었다. 삶과 죽음, 용서와 화해. 누구나 언젠가 마주하게 될 질문들을 스크린 위로 옮겨 놓은 듯했다. 두 사람의 재회는 단순한 연기 호흡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절친에서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엮이는 이야기처럼, 배우들의 관계 또한 한층 더 성숙해진 듯 보였다.
나는 그날, 작품이 가진 세 가지 단서를 곱씹었다. 두 배우의 두 번째 만남. 죽음을 앞둔 자의 부탁이 던지는 질문. 그리고 서로를 향한 연기의 신뢰. 이 세 가지가 한 줄의 강처럼 흘러, 시청자에게 닿을 것이다.
곧 공개될 15부작의 긴 여정. 그 끝에는 어떤 울림이 남을까. 발표회장을 나서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거창한 결론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보내줄 것인가에 대한 담담한 대화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