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눈물이 남긴 여름의 장면
여름 끝자락, 극장 앞을 지나며 떠올린 장면이 있다.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티켓을 쥐고 들어가던 풍경. 그 안에서 웃고 울다 나온 얼굴들. ‘좀비딸’이라는 다소 낯선 제목은 그때도 호기심을 끌었고, 한참이 지난 지금도 마음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스크린 속 이야기는 단순히 좀비를 다루는 공포물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좀비가 된 딸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끌어안는 여정을 담고 있었다.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그 결의 순간들. 무너지는 세상 한가운데서도 지켜내려는 마음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했다.
특히 조정석의 얼굴이 오래 남았다. 그는 동물원 사육사로 등장해 좀비가 된 딸을 길들이듯 끌어안고, 때로는 좌충우돌 소동 속에서 웃음을 던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버지의 절실한 눈빛으로 극장을 조용히 물들이곤 했다. 여름마다 관객을 불러 모으는 그의 존재가 이번에도 빛났다.
함께한 배우들의 호흡도 잊을 수 없다. 이정은이 보여준 따스한 엄마의 기운, 윤경호와 조여정이 그려낸 이야기에 숨결을 더한 장면들, 그리고 어린 배우 최유리의 눈빛까지.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그 조합이 ‘좀비딸’을 단순한 장르물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이야기로 만들어 주었다.
이제 그 영화가 극장을 떠나 집 안으로 들어왔다. IPTV와 VOD를 통해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파에 기대 앉아, 불을 끄고, 익숙한 공간에서 보게 될 ‘좀비딸’은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올 것 같다. 큰 화면의 웅장함 대신, 조용히 흐르는 대사의 울림이 더 크게 스며들지 모른다.
그날의 열기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이 이야기에 마음을 내어줄 수 있을까. 웃음이 다시 터지고, 눈물이 다시 차오를까. 안방극장에 찾아온 ‘좀비딸’이 남기는 여운은, 어쩌면 극장에서보다 더 오래 곁에 머무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