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과 OTT를 동시에 사로잡은 ‘신사장 프로젝트’
퇴근길, 번화가 골목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치킨 냄새가 풍겨온다. 노릇노릇 기름 냄새에 발길이 멈추는 순간, 요즘 화제가 된 드라마 ‘신사장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협상가 출신이 치킨집 사장이 되었다는 다소 기묘한 설정. 그러나 이 낯선 조합이야말로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비밀 같았다.
드라마는 방송 첫 주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는 시청 시간과 이용자 수, 신규 가입자 증가 모두 1위를 기록했다. 2주 차에는 시청 시간이 전주보다 270%나 뛰어오르며 그 열기를 증명했다. 티빙에서도 다른 인기작을 제치고 단숨에 대세 콘텐츠로 올라섰다. 한 편의 드라마가 두 플랫폼을 동시에 장악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이 작품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TV 시청률 흐름도 흥미롭다. 첫 회는 5.9%로 시작했지만 곧 7%대를 넘어섰다. 꾸준히 상승하다가도 4회에서는 약간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유지했다. 숫자만 놓고 보아도 이 드라마가 가진 흡인력이 분명히 드러난다. 안방극장과 온라인, 두 무대에서 동시에 힘을 발휘하는 드라마는 드물다.
흥행은 또 다른 효과를 낳았다. 주연 배우 한석규의 예전 작품들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웨이브에서 그의 대표작들이 일제히 시청 시간이 늘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40%, ‘왓쳐’는 44%,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75% 증가했다는 수치가 말해주듯, 한 배우의 현재가 과거의 작품까지 비추는 빛으로 번져간다.
‘신사장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치킨집 사장이자 전직 협상가, 신사장이 있다. 헝클어진 머리, 슬리퍼 차림에도 은근한 품위를 풍기는 인물. 엉뚱한 농담 속에서도 묵직한 카리스마가 묻어난다. 한때 인터폴 자문, 하버드 교수, FBI와 법무부가 함께 일하고자 한 국제적 협상가였지만, 15년 전 사건을 계기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금은 작은 가게를 운영한다. 이 과거와 현재의 간극이 시청자의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한다.
그의 곁에는 낯선 동행들이 하나둘 모인다. 부장판사의 지시로 치킨집에 들어온 ‘낙하산 직원’ 조필립, 생활비를 책임지는 강단 있는 청춘 시온. 원칙과 직설, 두 사람의 성격은 계속 부딪히지만 점차 서로에게 끌린다. 신사장의 비밀스러운 일에 휘말리면서 세 사람은 묘한 삼각 구도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관계가 얽히고 풀리는 과정은 보는 이들에게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안긴다.
신사장은 귀찮아 보이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막상 위기의 순간엔 놀라운 협상력을 드러낸다. 분쟁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법과 편법, 정의와 현실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찾는다. 그 과정은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상처 입은 한 인간이 다시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치킨집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협상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만나 새로운 장르를 만든다. 친근한 풍경 속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사건들. 그 낯설고도 익숙한 조화가 ‘신사장 프로젝트’를 더욱 특별하게 한다. 흥행 성적, 배우들의 연기,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여러 요소가 동시에 맞물리며 이 드라마를 올가을 가장 빛나는 이름으로 만들었다.
저녁 공기를 가르는 치킨 냄새처럼, 이 드라마는 묘하게 오래 남는다. 웃음과 긴장, 그리고 조금은 씁쓸한 여운까지. 한낱 드라마가 아니라, 우리 곁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감각. ‘신사장 프로젝트’가 가진 힘은 어쩌면 그 조용한 울림에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