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만에 시청률 껑충 오른 ‘착한 여자 부세미’
밤 열 시가 되자 집 안 공기가 달라졌다. 조용히 흐르던 시간이 드라마의 긴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화면 속 여자는 낯선 마을에 발을 들이며 “제가 부세미예요”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가 거짓과 진실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시청자들을 단숨에 끌어당겼다.
‘착한 여자 부세미’는 그렇게 시작부터 숨을 멎게 했다. 첫 회 시청률 2.4%에서 단숨에 4.0%까지 뛰어오른 숫자가 단순한 기록이 아님을 증명하듯, 드라마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파고들었다. 낯선 신분, 억지로 맺어진 계약,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비밀의 무게. 이야기의 긴장은 초반부터 팽팽하게 당겨졌다.
이야기의 중심에 선 건 김영란이라는 이름이었다. 경호원으로 살아온 평범한 여자가 거대한 음모 속에서 ‘부세미’라는 신분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설정. 계약 결혼이라는 위험한 선택, 그리고 실패하면 안락사라는 가혹한 조건은 극을 단단히 조여 왔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이 낯설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가장 위험한 선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우리에게도 있지 않던가.
그러나 이 드라마가 단순한 복수극에 머무르지 않는 건, 그 위에 살짝 얹힌 로맨스 때문이다. 무창마을의 싱글대디 전동민이 등장하는 순간, 이야기는 또 다른 색을 띠었다. 의심과 불신이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동시에 낯익은 얼굴을 향한 묘한 감정도 스며 있었다. “제가 부세미예요”라는 거짓말 속에서 떨리던 목소리는, 앞으로의 갈등과 흔들림을 예고하는 듯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가성호 회장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복수의 판을 짜놓고, 스스로 삶을 끝낸 인물. 그의 부재가 오히려 극의 무게를 더 짙게 만들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떠안게 된 짐, 그 무거움이 김영란의 어깨를 더 아래로 끌어내리는 듯 보였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서늘해지는 장면이었다.
무창마을에 발을 들인 김영란, 아니 ‘부세미’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 시청자는 이미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기에, 그 위태로운 거짓이 언제 무너질지 숨을 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한 사람의 거짓은 또 다른 사람의 진실을 흔들고, 작은 의심 하나가 큰 불꽃으로 번져가는 걸 알기에 더욱 긴장된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빠른 전개와 강렬한 설정으로만 끌어당기는 게 아니다. 가짜 신분으로 살아가는 삶, 억지로 짊어진 약속, 벗어날 수 없는 조건들 속에서 결국 드러나는 건 인간의 나약함과 욕망이다. 복수의 그림자와 동시에 스며드는 사랑의 기운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그 어긋남이야말로 시청자를 붙잡는 힘이 아닐까 싶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첫 방송부터 지니 TV 오리지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이 작품은, 두 번째 회차에서도 기대를 넘어섰다. 이제 남은 건 앞으로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록을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건, 보는 이의 마음속에 어떤 흔적을 남기느냐다.
‘착한 여자 부세미’. 제목 속 ‘착하다’는 말이 어떤 의미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진짜 이름과 가짜 이름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이미 많은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발걸음 속에 서 있었다.